흥으로 승화된 '한'의 이미지, 전인경의 '비욘드 만다라'
흥으로 승화된 '한'의 이미지, 전인경의 '비욘드 만다라'
  • 왕진오
  • 승인 2017.10.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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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제가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 그림이 다시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준다."

서양 물감을 바른 붓을 잡고 작업을 펼치던 작가 전인경이 우연히 불화(佛畵)를 접한 후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이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만다라'도상을 구현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인경, 'MandaLa'.(좌, 우),  150x150, Acrylic on canvas, 2017.
전인경, 'MandaLa'.(좌, 우), 150x150, Acrylic on canvas, 2017.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성북구 아트스페이스 H 에서 열리는 '비욘드 만다라(Beyond Mandala)'를 통해서다. 작가가 내세운 '만다라'의 '만다(Manda)'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원형, 본질, 중심을 '라(La)'는 소유, 성취, 얻음을 의미한다.

전인경 작가는 "만다라 안에서 인간과 우주는 하나다. 카오스는 코스모스를 찾는다. 코스모스는 다시 카오스로 흩어진다. 비욘드 만다라는 인간과 우주의 고리를 따라 마음의 중심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작업의 시작은 세포였다. 원형질로 꿈틀거리며 분열하고 증식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우주라고 말한다. 세포를 만든 분자와 그 분자를 만든 원자들의 세계, 우주는 더 깊은 심원으로 자신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작가에게 있어 그림은 '침묵의 선생님' 역할을 한다.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힘들어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동안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평화를 얻고 그 속으로 차분하게 침잠하곤 한다.

전 작가의 머릿속은 늘 수많은 도상과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화폭에 풀어내는 과정에서 내적 이미지로서의 원래 도상의 형과 색이 변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과정으로 스스로 그것을 즐긴다고 한다.

또한 내적 이미지가 원래 있고 자유자재로 변화되는 관계로 그림을 망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마음 안의 도상, 그 심상을 놓치거나 잊어버리는 순간도 거의 없다고 한다.

전인경, 'MandaLa 170401'. 120x120, Acrylic on canvas, 2017.
전인경, 'MandaLa 170401'. 120x120, Acrylic on canvas, 2017.

늘 지속되는 심상으로의 천착, 그것은 어떤 사람이 주는 어떤 즐거움보다 유혹적이라고 한다. 도상과의 씨름은 한결같이 기쁨과, 행복감,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7번씩 정확히 같은 패턴으로 중첩시키는 채색 과정은 시간과 공인 엄청나게 들어간다. 마치 구도를 바라는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기다림은 엄격한 틀 속에서 극한까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잡념이 사라진 무심의 상태를 유지해야만 하는 정신 수련과 같은 과정일 수 있다.

전인경 작가가 그려내는 도상은 과정 자체가 명상이고, 수련이라 볼 수 있다.그래서 전 작가의 작업은 전형적인 만다라 작업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원형 또는 서로 얽혀있는 원형과 방형을 기본형으로 하는 도상은 대체로 대칭 구도를 지니고 있어 전형적인 만다라의 도상을 취하며 오래전 만다라의 전형적 형태를 벗어나 정중동, 정일함 속에서 미묘한 역동성을 드러낸다.

전인경, 'MandaLa 170702'. 72.5x100, Acrylic on canvas, 2017.
전인경, 'MandaLa 170702'. 72.5x100, Acrylic on canvas, 2017.

한(限)은 원망과 슬픔의 감정이 접히고 스며들어 곰삭은 정서인데 그것이 풀리면서 역동적으로 고양되는 기쁨의 정서가 바로 흥(興)이다.

한과 흥은 음과 양의 관계처럼 프랙탈하게 맞물려 있어 억눌려 있던 한은 엄청난 강도와 크기로 흥이 되어 솟구친다. 전인경에게 있어 원망, 회한, 탄식 등의 정감이 뒤섞인 한은 흥으로 승화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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