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미술관, 근대미술 소장품과 석조전 건축의 미 조명
덕수궁미술관, 근대미술 소장품과 석조전 건축의 미 조명
  • 왕진오
  • 승인 2018.05.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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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왕진오 기자] 조선시대 왕궁이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간 나라와 왕실의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났던 덕수궁에 1938년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1880-1963)의 설계에 의해 '이왕가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이 건립된 지 80년이 됐다.

'덕수궁광 '내가 사랑한 미술관' 전시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덕수궁광 '내가 사랑한 미술관' 전시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근대미술 중심 미술관'으로 표방하며 덕수궁 석조전 서관에서 개관한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 개관 20주년이자 이왕가미술관 건립 80주년을 기념해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전'을 5월 3일부터 10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이왕가미술관은 1909년 대한제국기 황실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한 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에 이왕가박물관으로 이름이 변경됐으며 1938년 이왕가미술관으로 바뀌었다가 해방 뒤에 덕수궁미술관으로 운영되다가 1969년 국립박물관에 소장품이 통합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박물관으로서의 의의가 있는 건축물이지만, 황실 주도로 설립됐고 추진 세력들이 일본인들이라는 이유, 대한제국기에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적 성격이 드리운 건축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덕수궁관 중앙홀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덕수궁관 중앙홀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정치적 맥락이나 시대조류와 달리 한국 최초의 근대미술관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근대걸작을 소개함으로써, 미술사적 그리고 미학적 감성으로 당시에 못보여준 이상적 미술관의 모습을 조명한다.

5부로 구성된 전시는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생과 1972년 근대미술 60년 전', '1973~1998년: 기증을 통한 근대미술 컬렉션’,‘1998년 덕수궁관 개관과 다시 찾은 근대미술’,‘미술관, 20년의 궤적’으로 구성했다.

특히, 1938년 이왕가미술관이 건립될 당시의 설계도면과 사진들을 통해 덕수궁관의 건축미학적 의미를 살펴보는 공간에는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에 의해 1936년에서 1937년 사이 작성된 '덕수궁미술관설계도'를 국립고궁박물관과 일본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엄선해 최초로 소개, 전시를 한다.

1936년에서 1937년 사이 작성된 '덕수궁미술관설계도'를 설명하고 있는 김종헌 배재대 건축과 교수.(사진=왕진오 기자)
1936년에서 1937년 사이 작성된 '덕수궁미술관설계도'를 설명하고 있는 김종헌 배재대 건축과 교수.(사진=왕진오 기자)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미술 컬렉션 여정을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10월, 구 경복궁미술관 건물에서 개관했다. 당시 미술관은 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일명 '국전')이 열리는 장소로 이해됐고, 소장품은 0점, 직원은 4명에 불과한 초라한 출발을 맞게 된다.

이후 1972년 '한국 근대미술 60년'전을 거치면서 작품의 컬렉션이 시작됐고, 덕수궁 시기(1973-1986), 과천 시기(1986- )를 거치면서 주로 기증에 의존한 근대미술품 수집이 이루어졌다.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총 8,144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중 1960년대 이전 제작된 작품의 수는 약 2,050점에 이른다.

전시장에는 이중섭의 '투계',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고희동의 '자화상',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등이 선보인다.

'이중섭 '투계'.(사진=왕진오 기자)
'이중섭 '투계'.(사진=왕진오 기자)

1973~1998년 기증을 통한 근대미술 컬렉션도 소개된다. 1973년 7월, 국립현대미술관이 경복궁에서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했다. 그 때부터 1986년 미술관이 과천으로 이전해 갈 때까지 약 13년간, 이곳에서 국전과 각종 미술단체의 전람회가 열렸다.

이 시기 미술관에 수집된 주요 근대미술품은 대부분 ‘관리전환’과 ‘기증’에 의한 것이었다. 청와대, 문화예술진흥원 등 정부기관에 소장되던 근대미술 작품이 미술관으로 이관되는 한편, 미술 화랑, 작가 및 유족들에 의해 대대적인 작품 기증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오지호, 김환기, 유영국, 임군홍, 이동훈, 김세용 등의 소중한 작품들이 이 무렵 기증에 의해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1998년 개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20년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 전반을 담당하는 유일한 국립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권진규의 '지원의 얼굴'전시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권진규의 '지원의 얼굴'전시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이 기간 동안 덕수궁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작가 개인전이 총 33회에 걸쳐 열렸는데, 채용신, 배운성, 김기창, 도상봉, 한묵, 장우성, 이응노, 김종영, 서세옥, 권진규, 이인성, 이쾌대, 이중섭, 유영국 등의 작가 전시가 이에 해당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가 재평가되면서, 소장품의 연구와 수집도 한층 심화됐다. 무엇보다 전시를 계기로 작품의 소재가 새롭게 파악되어 구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일련의 전시를 통해 변월룡의 '송정리', 이중섭의 '세 사람', 유영국의 '산' 등이 구입되었으며, 전시와는 별개로, 김중현의 '춘양(春陽)', 성재휴의 '고사(古寺)', 김종태의 '석모(夕暮) 주암산' 등이 구입되어 미술관 근대미술 컬렉션을 한층 풍성하게 하고 있다.

또한, 2017년 3월 7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진행된 제143회 메인경매에서 7억 원에 낙찰된 장욱진의 '독'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의해 구입된 것도 알려졌다.

한편, 덕수궁관 한 편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건축물의 구축 원리와 구성 요소를 주제로 한 건축가 하태석의 미디어 작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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