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 아련한 그리움으로 시간을 담아내다
김덕용, 아련한 그리움으로 시간을 담아내다
  • 왕진오
  • 승인 2017.10.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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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나무 자개’ 작가 김덕용이 5년 만에 풍경 시리즈와 책 시리즈를 가지고 2011년 4월20일부터 5월15일까지 갤러리현대 강남에 우리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작품과 함께한 김덕용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김덕용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그가 들려주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나무 결에 깊이 새겨낸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곰 삭혀 끓여낸 된장찌개와 같은 은은함으로 다가온다.

한적한 봄의 시골길에 흐드러져 피어있는 매화, 나무 창가에서 밖으로 바라보는 소년, 전통적 미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반닫이 위에 올려놓은 달 항아리, 자개를 나무 위에 박아 넣은 여인의 한복 등 김덕용이 재현하는 기억은 유년의 추억이자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향수이다.

그는 목수와 같은 특화 된 직업은 나무들이 내뿜는 기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어떠한 기호에 숙명적으로 연결된 자들을 천직이라고 부른다. 김덕용에게 있어 숙명적인 기호란 시공간 속에서 체득하게 되는 모든 형상, 즉 기억이라 말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기억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것들을 작품에 담는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작가와 같은 시공간에 젖어 들어가 공감하게끔 하는 기억들을 만들어 놓는다. 그의 작품 위에 펼쳐진 기억은 무언의 해석이 가능한 기호이며, 그 자체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있게 된다.

김덕용, '달항아리1'. 나무에 단청기법, 120 x120cm, 2010.
김덕용, '달항아리1'. 나무에 단청기법, 120 x120cm, 2010.

작품 속에 고착된 단편적 시간이 주는 긴 여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 사유 하도록 하는데 자신의 기억 찾기는 일관성과 다원성이 공존하는 삶의 과정 그 자체이며, 그렇게 되찾은 시간은 비단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에 생동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영혼과 같다.

일상 속에 고요히 숨겨져 있는 여러 기호들을 채집하고 다듬질하기 위하여 그는 눈과 마음으로 언제나 시간 여행을 한다.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생명과 따뜻함을 불어넣는 것 을 작품 속에 존재 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 작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기억 그 기억 속에 작품을 들여 놓으려 한다며 시간의 무수한 반복으로 자신의 감성을 담아 내었다며, 아련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 나무 결 속에서 시간성을 느끼고 여기에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삶의 모습을 담아 내고 싶다”고 했다.

또한, “우리 전통을 계승하며 우리 것을 찾는 것이 미술사적으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일이 아닌가라며 기억된 사실성으로 문인화에서 느끼는 사의성을 작가적 감성으로 불어넣으려 한다”고 했다.

김덕용, '자운영2'. 나무에 자개, 172.5 x 172.5cm, 2010.
김덕용, '자운영2'. 나무에 자개, 172.5 x 172.5cm, 2010.

나무 결에 담은 기억의 단편들

김덕용의 작품에는 여인과 소녀 그리고 소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인의 모습에서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애틋한 연민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입고 계시던 한복의 반짝임을 오늘날 자개를 이용하여 표현해 보았다며, 이를 위해 거문고나 가야금 등 전통적인 오브제를 화면에 넣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이미지를 오늘에 담기 위해 작가는 나무 결을 주요한 모티브로 이용한다. 자연스러운 결과 인위적인 결을 함께 만들어 낸다. 이 또한 작가의 시간이 녹아 든 결이 된다고 한다. 인위적이지만 그 안에 담겨져 보이는 것은 옛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대상이 기억 속에서 다시금 재현되는 것처럼 그의 손을 거치면 아무리 새로운 재료도 손때 묵은 느낌으로 표현이 된다. 이번 전시에는 나무로 책을 만들고 서랍이 있는 거대한 책장을 선 보였다. 봉순이 언니, 다듬이 소리, 기도하는 여인 등 책 제목만으로도 아련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김덕용, '봄봄-2'. 나무에 단청기법 ,90.5 x 111cm, 2009.
김덕용, '봄봄-2'. 나무에 단청기법 ,90.5 x 111cm, 2009.

김 작가는 “책들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것이라며, 책은 기록 자체이고 우리시대 대표적인 지식 저장 창고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지만 결국 현재의 나의 모습을 미래에 볼 수 있는 것이라 작품 명을 ‘오래된 미래’라 지었다”고 했다.

자연스러움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내고 싶은 작가 김덕용은 우리 것에 대한 생경함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인 결을 통해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담아내고 싶어한다. 여기에는 서양의 재료나 기법을 가미해서라도 그 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 세상 사는 게 그러네요, 계획한 대로 설정한 대로 되지 않아요,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생명과 따듯함을 불어 넣는 것, 그 속에 내 작품은 존재합니다. 소년 같은 감성을 무덤까지 가져갈 생각입니다.”

곰삭음의 미학, 멋 내지 않은 한국적인 소박함을 담은 그의 이야기는 당분간 우리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줄 것이다.

김덕용, '인연'. 나무에 단청기법,33.5 x 26.3 x 2.5cm, 2011.
김덕용, '인연'. 나무에 단청기법,33.5 x 26.3 x 2.5cm, 201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가를 졸업한 작가는 2001년 공화랑 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화익 갤러리,크론베르크,학고재,갤러리현대 등에서 개인전을 펼쳤다.

동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CIGE2007,두바이 아트페어,아르코 마드리드,아트스테이지 등의 기획 그룹 전을 통해 활동을 전개중인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경기도미술관,스위스 한국대사관,외교통상부,신세계,그랜드인터콘티넨탈 등에 소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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