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중,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삶"
강익중,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삶"
  • 왕진오
  • 승인 2017.10.2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살면서 지키고 싶은 신념은 달항아리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와 당당함 입니다.”   “나의 작업의 출발점을 찾는 것 보다 마침표를 언제 찍을 것인가가 늘 작업의 화두인 것 같습니다.” 라는 그는 달항아리의 모습처럼 자신도 늘 차지 않은 모습으로 순수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싶어했다.

'작품과 함께한 강익중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강익중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설치 미술가 강익중이 2010년 4월7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라는 제목의 전시를 펼쳤다.

1996년 이후 14년 만에 상업화랑에서 펼쳐낸 개인전이었다. 그 동안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미술관 전시를 통해 다채로운 활동을 펼친 강익중의 해피월드,달항아리 시리즈,한글 시리즈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작품이 총 망라됐다.

그는 “달항아리는 하늘의 모습을 닮았다”며 “달항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수하고 당당하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김연아 선수의 모습에서도 순수함과 당당함을 보왔다” 면서 “위대한 작품이나 사람 뒤에는 순수와 당당함이 자리하는 것 같다” 며 유연함도 위대해지는데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결합과 소통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져 있는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라는 전시 제목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시간을 거쳐 꾸준한 연습 과정을 거치는 신중함과 끝없는 작업의 열정에 의해 탄생된 입체, 설치 작품과 회화를 포함한 총 180 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작가는 달 항아리, 폭포, 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갖고 그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어린 시절 보왔던 달을 띄우고 싶다. 내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았던 하나된 조국의 달을 띄우고 싶다. 또한, 꿈의 달은 전 세계 어린이의 꿈이 담긴 달이다."

강익중, 'Mountain, Mountain Waterfall & Moon Jars'.
강익중, 'Mountain, Mountain Waterfall & Moon Jars'.

2004년도 ‘꿈의 달’이라는 일산 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 비 오는 날 완성된 작품이 약간 찌그러진 것을 보고 그 모습이 우리네 달 항아리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달 항아리는 아래 위를 따로 제작해 붙이는 방식의 원래 제작 방식 때문에, 작가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시작한 작품이기도 한다. 우주 안에 있는 나, 내 안의 우주라는 의미를 가진 달 항아리,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5-10년간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림을 통해서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게 저의 생각 입니다…”

최근 그는 미술가로서 고민에 직면했다고 했다. 시작한 작품을 언제 마무리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황 스럽다며 “작가로서 가장 힘든 상황은 언제 작품을 시작하고 마무리 해야 하는지를 모를 때” 라며 “이제야 시작해야 할 시점은 알겠는데,언제 마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고 속내를 이야기 했다.

또한 그는 “작업에 너무 깊숙하게 몰입하지 말아야 겠다”고도 생각한다며 “작품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았는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며 “마치 물 속 깊이 들어가 앞은 보이지 않는데 허우적 거리는 것 같다”고 했다.

작업에 들어갈 때는 자신이 아는 것에 집중한 그가 보여주는 ‘내가 아는 것’은 그 만이 알고 있는 검색어의 집합체 같았다. ‘만두 속의 부추와 돼지고기 비율은 2대1이다.’, ‘예쁜 사람 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이쁘다.’, ‘돈을 아끼려고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꼭 가렵다.’ 등 평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만 정리해서 벽면에 문장으로 담아낸 작품이 눈에 들어 왔다.

강익중, 'Flower Moon Jars'.
강익중, 'Flower Moon Jars'.

이 작품은 2010년 상하이 세계 박람회에서 한국관의 내외부 벽을 꾸민 작품이다. “내가 아는 것을 아무리 적어보아도 A4 한 장뿐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봐도 본인이 아는 지식을 모두 늘어놓았을 때 A4 한 장을 채우기도 어렵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현재까지 왔다며 2009년 최근 기준으로 작가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산’, ‘폭포’ 시리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좋은 작품은 쉽게 그려진 것” 이라며 “자연은 자연스럽게 그려야 한다” 고 말했다. “폭포를 그릴 때 만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표현하려고 하면 오히려 내면의 것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며 “순수하지만 당당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내놓고 싶다” 고 작품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어린이 환자를 위한 ‘희망의 벽’ 작업

강익중은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을 모아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초대형 벽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04년 미국 신시내티 내의 병원을 시작으로 2008년 경기도 미술관의 ‘5만의 창, 미래의 벽’에 이어 최근에 서울아산병원과 충남대병원에 희망의 벽을 설치했다.

치료중인 어린이 환자 그리고 인근 유치원, 초등학교와 전세계 어린이들로부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은 그림들을 받아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희망의 벽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투병중인 어린 아이들이 작은 그림을 손수 그리며 그 안에서 꿈과 희망을 찾고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익중, '해피월드'.
강익중, '해피월드'.

이의 연속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의 한국관 제작에도 참여했다. 20여 개의 한글 자모를 모티브 삼아 문화, 기술, 자연 등 한국적인 이상적 도시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작업이다.

설치작가 강익중은  198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1987년 프랫 인스티튜드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서 가로 세로 3인치(7.62㎝)짜리 작은 그림이라는 독창적인 세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사운드 페인팅’ 등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공공미술작품으로 국외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홀의 벽화와 뉴욕 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뉴욕 기차역 플랫폼 천장에 설치작품,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 로비 벽화 ‘해피월드’ 등이 있고 국내에는 광화문 복원현장에 있는 ‘광화에 뜬 달: 산, 바람’, 전국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 만든 경기도미술관의 ‘희망의 벽’ 그리고 최근 전시중인 3*3인치 작품 6만여 점이 전시된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의 ‘삼라만상: 멀티플 다이얼로그∞’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