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미지의 역사성을 고찰하는 '아크람 자타리', 국립현대미술관서 개인전 진행
시각이미지의 역사성을 고찰하는 '아크람 자타리', 국립현대미술관서 개인전 진행
  • 이예진
  • 승인 2018.05.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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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시각아카이브를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수집’을 동시대미술 안에 중요하게 자리매김 시킨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52)의 한국 첫 개인전 '사진에 저항하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전시실에서 5월 11일부터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전시실에 설치된 아크람 자타리의 '고고학'.(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전시실에 설치된 아크람 자타리의 '고고학'.(사진=이예진 기자)

2014년 '쉬린 네샤트', 2017년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비서구권 현대미술 소개 기획전 중 하나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과 휴웨이 추(Hiuwai Chu)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작가는 사진 매체의 정체성을 창의적 방식으로 교란시키고, 재해석하고,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사진 아카이브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995년 이래 작가는 사진을 평면 인쇄물이 아닌 입체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한다. 또한 ‘아카이브’를 이용해 역사와 기억을 재구축한다.

레바논 독재정권이 무너진 1997년, 아크람 자타리는 동료 사진작가 푸아드 엘쿠리, 사머 모흐다드와 함께 아랍 문화권의 시각이미지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능동적 주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아랍이미지재단(AIRF, Arab Image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다.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아크람 자타리'.(사진=아트인포)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아크람 자타리'.(사진=아트인포)

이 재단은 식민지 시대 스튜디오 사진부터 일반인들의 가족 앨범, 건축가의 도시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사진을 수집했다.  "아카이브야 말로 과거로부터 왔지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라는 인식에 이르러 사진 이미지 속 사건과 인물만이 기록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공유하고 보존하고 기억하는 방식까지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을 도출해 냈다.

아크람 자타리는 녹아내린 네거티브 필름이나 인화지의 구겨진 자국까지 모든 화학적 반응과 그 반응을 이끌어낸 시간의 흐름, 보존상태 그리고 독재시절의 지난함,전쟁의 불안정 상태 등 역사 해석에 사진 내용만큼이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점에 집중한다.

다양한 역사서술을 위해 수집한 사진들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보존하면서 본인의 작업 의도와 어울리는 사진들을 선택하여 재촬영하거나, 우연의 결과물을 차용하고, 사진과 필름의 물성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작업은 사진 속 인물이나 사건을 과거의 역사로 단순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창의적 재해석의 공간을 열어준다.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에 나온 출품작들은 작가와 재단이 구축하고 있는 500,000점 이상의 아카이브 사진 오브제에서 연구, 분류하여 재작업한 사진, 영상, 설치물 등 30여점이다.

전시명이기도 한 '사진에 저항하다'(2017)는 한 세트를 이루는 12개의 조각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외형이 가공된 판에 올려 만들었다. 오래 돼 주름과 마모가 생긴 젤라틴 네거티브 필름의 3D 스캔을 재현한 것이다.

형체만을 저장하는 블라인드 이미지 스캐너에 의존한 채 서술적, 미학적인 전통에서 사진을 해방시키고 유기적인 특성을 가진 물질로 되돌려 놓는다. 문자 그대로 사진 매체의 관념적 정의에 대한 ‘대항’의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결합’, ‘비교’, ‘참조’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전시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얼굴을 맞대고'(2017)는 1940년대 초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이 제작한 인물 사진의 유리판을 근접 촬영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독일 K21 현대미술관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번째 전시가 개최된다. 올해 가을에는 이집트 사르쟈미술재단으로 옮겨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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