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아트] “물감 대신에 공간에 그림을 그린 것" 제이콥 카세이 모노크롬 회화
[클릭아트] “물감 대신에 공간에 그림을 그린 것" 제이콥 카세이 모노크롬 회화
  • 왕진오
  • 승인 2018.05.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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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이게 뭐야? 물감도 안 칠한 것 같은데 무엇을 보라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텅 빈 캔버스 테두리에 오크나무 프레임이 없다면 벽면과 달리 보일 것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이 나온다.

'10일 전시 설명회를 위해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을 찾은 제이콥 카세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10일 전시 설명회를 위해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을 찾은 제이콥 카세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하지만, 이 작품은 빈 화면에 그려져 있는 오브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대로 어떤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가 제이콥 카세이의 신작이 걸려있는 리안갤러리 서울의 모습이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단색화의 인기가 절정을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주목 받으며 미니멀한 모노크롬 회화를 선보이는 작가 제이콥 카세이(Jacob Kassy, 34)가 자신의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아트바젤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 유수의 경매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인 제이콥 카세이가 자신의 대표작인 '실버 페인팅'이 아닌 화방에서 바로 옮겨온 것 같은 하얀색 캔버스 작품을 5월 10일부터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선보인다.

제이콥 카세이, 'Untitled(JK567)'. Acrylic on canvas, oak frame, 125.4x150.8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Untitled'. Acrylic on canvas, oak frame, 125.4x150.8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제이콥 카세이 작가는 "캔버스의 프레임 모양이 공간과 연계되어 확장성까지 보여줄 수 있고, 3차원 공간으로 나가는 것을 표현했다"며 "작품 자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마주하는 관객과 유기적 관계를 설정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 하나만을 집중해서 보면 6-70년대 추상회화의 새로운 재현이라 할 수 있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프레임의 모양이 전시장의 하얀 벽면과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오묘한 기운까지 느낄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한 성신영 리안갤러리 디렉터는 "공간에 그림을 그린 듯, 공간을 오브제화 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대 회화사에서 그림의 엄격한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벽 공간으로의 확장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프랭크 스텔라가 시도했던 공간의 확장성을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가장자리 선이 오목하거나 볼록한 형태로 다양화된 작품들이 평면 벽의 2차원성 뿐만 아니라 공간의 3차원성까지도 회화의 맥락 안으로 개입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 걸려 있는 제이콥 카세이의 '실버 페인팅'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 걸려 있는 제이콥 카세이의 '실버 페인팅'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의 하얀색 모노크롬 회화이지만 회화 고유의 매체 특성을 넘어 조각적 특수성을 수용함으로써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회화라는 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제이콥 카세이는 '실버 페인팅'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핫 한 작가로 통한다. 2008년 뉴욕 303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2009년 뉴욕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솔드 아웃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작품 2점이 약 1억 4624만원에 낙찰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을 하게 됐다.

작가는 자동차공장에서 페인트칠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실버가 아무것도 없는 색상이라는 생각에 미니멀리즘을 접목하게 된다. 실버페인팅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 우연성이 강하게 영향을 받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제이콥 카세이, 'Untitled(JK559)'. Acrylic on canvas, oak frame, 125.4x126.4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Untitled'. Acrylic on canvas, oak frame, 125.4x126.4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는 "실버페인팅에 매료된 것은 반사되는 표면이 단순히 빈 공간 같지만, 반사된 조명의 빛, 관객의 모습 등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등 반사되는 것을 거꾸로 활용해 표현한 것"이라며 "사진의 실버프린트 기법과 연계해 흐리게 인화되는 콘셉을 실버페인팅에 접목을 했다. 하지만 컨트롤이 불가능한 우연성 큰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실버 페인팅' 작품이 반사되는 관객의 형태를 반영한 것처럼, 오크프레임을 사용한 전시 작품은 우연성을 갖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성을 반영한 것으로 연속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업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제이콥 카세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업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제이콥 카세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추상미술계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젊은 작가 제이콥 카세이는 "특정 장르에 속한 작가라기보다는 회화를 통해 미니멀리즘 조각처럼, 공간의 무수한 감각을 일깨우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며 "작품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발견하는 호기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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