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풀어낸 예술가의 힘, 이정웅
붓으로 풀어낸 예술가의 힘, 이정웅
  • 강옥선
  • 승인 2018.06.09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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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강옥선 기자] 화면 가득 커다란 붓 한 자루가 눈을 사로잡는다. 마치 사진기로 찍은 듯 실감나게 먹이 사방에 튀겨 있다. 그래서 더욱 생동감을 부여하며 동양적 멋을 뿜어낸다.

'이정웅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이정웅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 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작품을 2010년 7월 6일부터 8월8일까지 비컨갤러리에서 만나는 시간이 마련됐다. 붓 털 하나까지 섬세하게 극 사실화로 그려내어 바로 사용을 할 수 있는 붓의 형체를 한지에 유화로 완성하는 서양화가 이정웅이 그려낸 붓 그림이 바로 그 것이다.

아름다운 형체를 만들어 내는 붓은 그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 일 뿐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붓이 지니고 있는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먹물의 튀는 힘을 상징하거나 추상적이면서 행위적인 표현을 담아 보려 했다”며 자신의 작업에 대한 설명에 힘을 주었다.

이정웅, 'BRUSH'. 198×112cm,  Oil on Korean Paper, 2008.
이정웅, 'BRUSH'. 198×112cm, Oil on Korean Paper, 2008.

그가 붓을 화면에 담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여러 번의 실험을 한 후 2006년부터 작업의 주요한 테마로 사용됐다고 한다. 초기에는 꽃이나 과일 등 정물화를 주로 그렸다. 이외에 문방사우(文房四友)도 함께 그렸다고 했다.

“문방사우를 하나하나 그리다 보니 그 중에 붓이 가진 생명력과 역동적인 힘에 매료되기 시작해서 붓 만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붓을 처음 그릴 당시는 먹물이 튄 형태까지 직접 그려내었다고 한다. 그 느낌이 진짜 같았다고 하는데 “역동적인 힘이 약해보였다” 고 말한다. 이후 2007년부터 붓으로 먹물을 튀겨 사방으로 퍼지게 만들었다.  그리는 것보다 힘의 균형으로 조화를 이룬 먹물의 튀는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이정웅, 'BRUSH'.  195×112cm, Oil on Korean Paper, 2008.
이정웅, 'BRUSH'. 195×112cm, Oil on Korean Paper, 2008.

요즘 그가 그리는 붓은 직접 구입을 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30여 종의 붓을 구입 한 것 같다는데 중국산 붓도 사용해 봤는데 결국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붓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 자신의 심성에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역동적인 먹의 퍼짐, 그 변화를 위한  은은함#

한지 위에 붓을 던진 다음 유화물감으로 붓의 힘을 그려낸다. 공간이 없으면 답답하다는 그는 “내가 생각한 느낌대로 먹의 번짐이 안 나오면 힘이 든다며, 한 번에 좋은 형태를 얻을 때도 있지만 안 나올 때는 어떤 행동을 해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붓을 놓으려고 할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물질의 질감까지 선명하게 그려내는 그의 작업이 극사실로 비추어 지는 것에 대해 “항간에 오해도 받았는데, 절대로 사진이나 영사기를 이용해서 그린 적은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 했다. 즉, 모든 작업에 들어있는 붓의 이미지는 본인이 세필로 정성을 기울여 그려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정웅, 'BRUSH'. 140×140cm,  Oil on Korean Paper, 2010.
이정웅, 'BRUSH'. 140×140cm, Oil on Korean Paper, 2010.

붓으로 유명한 이정웅의 현재 작업은 그의 두 번째 변신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작가로서 평생 작품의 변화를 4번 정도는 주어야 한다고 봐요, 관객이 요구할 수도 있고 스스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은 작가로서의 책임을 지는 의무가 아닌가 라며”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 했다.

“작가가 변하는 것이 정상인 것 같다.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스스로의 작품에 책임감이 없는 것 같고, 작품의 변화가 없는 작가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작가”라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다음 변화가 궁금해진다.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작업의 실마리가 떠올라요, 그러면 그 것을 실험해보고 완성하려 하지만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아직 되지 않는다” 고 말을 아꼈다.

이정웅, 'BRUSH'.  170×98cm, Oil on Korean Paper, 2010.
이정웅, 'BRUSH'. 170×98cm, Oil on Korean Paper, 2010.

이정웅 작가는 “요즘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는 단계에 들어 왔다고 한다. 조금은 추상적으로 보여 질 수 있는 것 같다.” 며 차기 작품에 대한 운을 띄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적인 맛과 멋은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다음 전시에는 “먹물이 튀는 작업 보다는 선과 면을 연구해서 새롭게 선을 보일 생각” 이라며 “내년에 준비하는 작품에는 같은 붓 시리즈이지만 선과 면을 강조한 작품을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의 여운을 남기며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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