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매료된 물방울, 자체 발광으로 생생한 깊이감 드러내" 이영수 '윈디 데이'
"빛에 매료된 물방울, 자체 발광으로 생생한 깊이감 드러내" 이영수 '윈디 데이'
  • 왕진오
  • 승인 2018.06.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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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영롱한 아름다움을 표현'◆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해질녘 전등을 켜기 전에 드러나는 물방울이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듯 한 느낌이 굉장히 강해요. 마치 나를 찾은 것 같았죠. 우주를 담고 스스로 발광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이영수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이영수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수목원이나 풀밭을 뒤지며 카메라로 포착한 이파리에 맺혀있는 물방울의 영롱한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잉태한 것 같은 오묘함을 불러일으킨다.

초록의 쨍쨍한 화면에 오른 물방울과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무당벌레 한 쌍 그리고 양귀비 군락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 이영수(59)가 6월 20일부터 '윈디 데이(Windy Day)'란 타이틀을 내걸고 인사동 선화랑에서 신작 35여점을 공개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에는 주홍빛 피부를 가진 무당벌레 한 쌍이 등장한다. 둘의 모습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지만, 그들이 캔버스로 이사를 온 이유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이영수, 'Natural Image (Poppy garden)'. 90.9x60.6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영수, 'Natural Image (Poppy garden)'. 90.9x60.6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영수 작가는 "어느 날 숲 속에 가서 물방울이 맺힌 나뭇잎을 촬영하고 있는데, 무당벌레 두 마리가 뭉쳐서 짝찟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촬영한 사진을 고르다가 '숲속에서만 놀지 말고 내 캔버스에서도 놀아라'라는 의미로 화면에 올려놨는데, 아트페어 등에서 반응이 너무 좋아, 이제는 작가 서명대신에 무당벌레를 올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무당벌레는 이 작가의 아이콘처럼 세상에 등장했고, 이번 전시에는 무당벌레 자체를 동(銅) 재료를 사용해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단독 주인공으로 세상과의 만나게 했다.

작가에게 물방울은 어린 시절 살던 주택 정원에 물을 뿌리던 아버지를 따라 살피던 중 나뭇잎에서 물소리와 끝자락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된 모습에 매료된 이후라고 전한다.

이영수, 'Natural Image II'. 130 x 70 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영수, 'Natural Image II'. 130 x 70 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 작가는 "물방울은 청초, 영롱, 순수, 맑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빛을 받으면 물방울 주변의 반사된 우주를 품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미세한 물방울이 자연이라는 커다란 우주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성선설처럼 순수한 것이 살면서 때가 묻지만, 결국은 물방울에 내가 비친 것처럼 초기의 자연적인 모습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세상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20여 년 전 부터 작품에 등장한 물방울은 이영수 작가에게는 소재의 고민으로 다가온 적도 있다고 귀띔한다. 지인들이 김창열 화백이 물방울로 유명한데,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영수 작가는 "내가 유명해지려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환경 때문에 등장한 소재라는 것이 마음속에 강하데 다가왔다. 또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자연 그대로의 우주를 담은 물방울을 표현했고, 정화된 세상을 꿈꾸어 보자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수, 'Windy day (Poppy garden)'. 116.8x80.3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영수, 'Windy day (Poppy garden)'. 116.8x80.3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Windy day'와 동명의 작품인 양귀비 시리즈는 이영수 작가를 표현하는 또 다른 작품 세계다. 마치 카메라로 아웃포커스한 것처럼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어 앞줄에 선 양귀비를 더욱 강조하며 깊이 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사용해 밑칠을 10번 이상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캔버스의 표면은 마치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다. 또한 사진과는 다른 깊이감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영수, 'Natural Image I'. 130x70cm, Oil on Canvas, 2017.(사진=선화랑)
이영수, 'Natural Image I'. 130x70cm, Oil on Canvas, 2017.(사진=선화랑)

"유화지만 수채화같이 깊이감과 맑은 것이 이영수의 그림이다. 같은 평면 작업이라도, 사람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 바로 나의 작업관과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이영수 작가에 대해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작가는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 확장을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쉽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지도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는 작가정신에 매료됐다. 선천적으로 성실함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생각도 못한 것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작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수, 'Windy day (Poppygarden)'.  100 x 100 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이영수, 'Windy day (Poppygarden)'. 100 x 100 cm, Oil on canvas, 2018.(사진=선화랑)

아트페어에서 인기작가로 선정될 만큼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영수 작가는 자연의 찰나에서 얻은 결정적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분위기로 담아낸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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