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1.'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컬렉터란 누구인가?1.'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0.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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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H] 재미있다, 쉽게 잘 읽힌다, 솔직하다, 맛깔스럽다, 물이 올랐다, 계속 읽게 된다, 생각하는 화두를 던진다, 등등 블로그 글을 읽은 친구나 페친들이 보내주는 칭찬과 격려의 반응이다.

'2017KIAF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2017KIAF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솔직히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유홍준 선생님이나 유시민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이란 내용이 읽을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와 감동 또는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블로그 글을 쓴지 어느새 7개월이 지났다. 글의 양은 A4 용지로 5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이 되었다. 늦겨울부터 쓰기 시작한 글은 따뜻한 봄,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이르렀다. 그동안 머릿속에 일어났던 수많은 생각들이 지금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블로그에서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갤러리의 역사가 쌓일수록, 컬렉터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간다. 컬렉터란 그림을 사주는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이 팔려야 갤러리가 존재할 수 있고, 작가도 작업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렉터들에게 따뜻하고 진솔하게 대하려는 마음이 블로그 글에서 묻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글을 통해 컬렉터들과 더욱 가깝게 되었다.

좋은 친구이자 컬렉터인 사람들이 주위에 몇 명이 있다. 이 중에서 초등학교 친구인 컬렉터 한 명은 좋은 사람들과 와인, 골프, 트레킹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업가다. 남한테 베풀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몇 년 전에 동창 중에 여자 작가가 있어서, 전시를 우리 갤러리에서 한 적이 있었다. 커다란 작품을 두 개씩이나 사주었다. 그리고 유명 조각가 작품도 몇 점 사주었다. 그 이후에는 예술작품 컬렉션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친구에게 행복을 주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블로그 글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더니, 친구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간 듯하다.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심리상태 변화의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사업을 크게 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진다. 남자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골프와 술로 푸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 친구는 좋은 와인을 좋아한다.​

분위기 좋은 바에서 마시는 좋은 와인은 순간의 감각적 쾌락과 만족을 주지만, 몇 시간 후면 사라져버린다. 예술작품은 정신적 행복을 줄 뿐 아니라, 가치를 사는 것이고, 작품도 남게 된다. 언젠가 예술 작품과 얽힌 나의 추억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 전해주게 된다. 먼 훗날에는 후손들이 나의 부모, 나의 조부모는 왜 이작품들을 샀을까,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라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 ​

친구는 지난 7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예술가, 미술시장의 생태계, 컬렉터의 세계 등 다양한 예술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키아프에 오는 것을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키아프에 와서 작품도 사주고, 저녁까지 사준다. 작가들과 페친도 맺고, 구입한 작품을 만든 작가를 위해서, 맛있는 저녁도 사고, 고급 와인도 선물하면서, 작가들을 격려해준다. 작가들과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같다.​

갤러리와 작가를 후원하는 이런 마음을 가진 컬렉터들이 한 명 한 명 늘어간다면, 한국의 미술시장에 따뜻한 미풍이 불어오지 않을까? 최근에 떠오른 생각 하나는 컬렉터들이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이 구입한 작품을 슬쩍 자랑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작품 구입을 서로 자랑하게 되면, 작품 구입 자랑하기 붐이 일어나서, 미술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지 않을까? 물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겠지만 말이다.​

수 십 년 동안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하고 계신 어떤 대표님이 말했다. 갤러리에 좋은 컬렉터 열 명만 있어도 갤러리는 유지될 수 있다고. 괜찮은 작품일 경우에 언제든지 사줄 컬렉터들이 뒤에 있다면, 갤러리스트나 작가는 힘이 난다. 두려움도 없어진다. 이것이 컬렉터의 힘이다. 

최근 글에서 언급했던, 작가 위에 컬렉터가 있다는 문구에 어떤 페친이 충격을 받은 듯싶다. 페친은 마음이 짠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이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작가 뒤에 따뜻한 컬렉터가 있다는 문구로 수정하고 싶다. 진정한 컬렉터는 자신의 행복과 가치 추구를 위해서 작품을 사지만, 작가 뒤에서 작가를 격려하고 좋은 작가가 탄생하도록 도와주는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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