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어낸 여인상,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 드러내...한애규 '푸른길'
흙으로 빚어낸 여인상,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 드러내...한애규 '푸른길'
  • 왕진오
  • 승인 2018.07.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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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풍만한 여성의 신체를 강조한 조형물과 반인반수(半人半獸)행렬을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상상 속 과거의 흔적을 표현하는 작가 한애규(65)의 신작이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가득 채워졌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행렬'과 함께한 한애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행렬'과 함께한 한애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푸른길'이란 타이틀로 6월 15일부터 7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테라코타 조각상과 17점으로 구성된 '행렬' 시리즈를 볼 수 있다.

'행렬'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끊어진 경로가 다시금 이어지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흙으로 빚어낸 조형물로 북방으로 열린 길을 통해 과거 시간과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한애규 작가의 '행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한애규 작가의 '행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행렬 속에는 여인상을 비롯해, 동물상, 반인반수가 등장한다. 여인상인 '조상'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조상이었던 여인을 상징하고, 말을 형상화한 '실크로드'와 '소'는 인류가 가축화시킨 친숙한 동물을 표현했다.

'신화'시리즈의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 아래부터 뒷부분은 말과 유사한 형태의 반인반수 조각이다. 또한 기둥 조각과 파편들을 표현한 작품'흔적들'은 지나간 문명의 흔적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현재 폐허로 남아있지만 찬란했던 한 시절의 이야기를 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애규 작가는 "북방으로 열려있는 것이, 과거 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통 큰 배포가 아닐까하네요. 분단 이후 마음이 쪼그라들고, 지엽적으로 된 것에 비해 우리 정체성 속에 넓은 지역을 오고갔던 것을 반듯이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말 한 마리를 만들어 '실크로드'를 접목해 본 것 이다"고 설명했다.

한애규, '청금석을 든 여인'. 33 × 79 × 93(h)cm, 테라코타, 2018.(사진=왕진오 기자)
한애규, '청금석을 든 여인'. 33 × 79 × 93(h)cm, 테라코타, 2018.(사진=왕진오 기자)

한 작가의 작업은 모나지 않은 둥근 형태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테라코타의 질박한 질감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작가 특유의 조형성을 드러낸다.

한 작가는 "조각은 돌, 브론즈로 대표되지만, 다양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아요. 투박한 흙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유약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애규, '서역인'.  42x32.5x149cm,  테라코타, 소성온도 1180℃, 2018.(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한애규, '서역인'. 42x32.5x149cm, 테라코타, 소성온도 1180℃, 2018.(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이어 "신화 속 인물인 서역인 특히 아랍인의 모습을 닮은 여인상을 통해 인간으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감성과 통찰, 삶 속에서 걸러지고 채집된 순간과 감정들을 흙으로 빚고 불로 굽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실 속에 재현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을 둘러싼 삶의 테두리 안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삶 속 본연의 모습과 그 존재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흙의 물성을 통한 조형적 실험과 자기 방법의 심화를 보여주는 작품세계와 예술적 지향과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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