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의 필선으로 그려진, 정보영의 '나무의 결'
수묵의 필선으로 그려진, 정보영의 '나무의 결'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07.06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 엠(Gallery EM)에서 7월 19일부터 정보영 작가의 개인전 ‘조우 (Encounters)’ 전을 개최한다.

조소적인 브론즈 작업을 위주로 컨템포러리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정보영의 첫 회화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잉크 드로잉으로 확장한 작가의 새로운 수묵 추상 작업 20여 점을 선보인다.

정보영, 'BECOMING', 75 x70cm, Ink on mulberry Hanji(wooden panel),2018.
정보영, 'BECOMING', 75 x70cm, Ink on mulberry Hanji(wooden panel),2018.

정 작가는 그동안 여러 나무에서 벗겨낸 수많은 나무 껍질 조각들을 인위적인 형태에 결합해 자연 본연의 모습처럼 재조합하는 조각작업에 몰두해왔다. 

수행과도 같은 기존의 연속적인 수작업과, 조용한 사색 속에서 붓으로 시간의 흔적을 그리는 이번 수묵 작업의 공통점은 ‘중첩된 행위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뚜렷한 방향이나 목적이 없는 반복의 결과물로 나온 관념적인 작품에도 사실적 감흥은 공존하고, 추상적인 것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더한 디테일이 현실성을 부여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정보영, 'ENTANGLEMENT', 74 x 74 cm, Ink on mulberry Hanji (wooden panel), 2018.
정보영, 'ENTANGLEMENT', 74 x 74 cm, Ink on mulberry Hanji (wooden panel), 2018.

이번 전시에서 정보영은 점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해 붓이 그 둘레를 공전하듯 도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간과 호흡의 단면이 생기고 붓자국이 마르기 전 겹쳐진 또 다른 붓질이 그 흔적들 사이에 선을 그려낸다. 

매번 더해지는 획에는 다음의 획을 규정짓는 약간의 힘과 질서, 자유로움과 가능성이 어울리며 조율된다. 특히, 수묵의 필선에 스며드는 순간성, 추상성, 먹의 농담과 한지 특유의 발묵을 통해 작가는 그리는 순간의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고 이를 기록 한다.

또한, 한지에 수묵이라는 매체, 나무의 성질이 살아있는 '한지'에 나무의 재로 만들어진 '먹', 내재된 물성과 정신성은 작가의 작품과 작업과정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어우러진다. 

정보영, 'ATTUNEMENT', 64 x 70 cm, Ink on mulberry Hanji (wooden panel), 2018.
정보영, 'ATTUNEMENT', 64 x 70 cm, Ink on mulberry Hanji (wooden panel), 2018.

정보영 작가가 생각하는 나무는 재료적 목재에서 나아가 자연적인 것을 대변하는 존재로, 철학적인 탐구 대상이었다. 이번 수묵 추상 작업은 작가가 벨기에, 중국 등 10여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12년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다시 보게 된 한국 소나무의 선과 표면에서 영감을 받아 전개한 작업이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