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조각의 울림을 전하는 도흥록 특별전 개최
스테인리스 조각의 울림을 전하는 도흥록 특별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2.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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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영은미술관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재료를 일생동안 탐구해왔던 조각가 도흥록(1956∼2016)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 도흥록 ‘영원한 울림, 영은에 담다’를 개최한다. 

도흥록, ,Apple Garden’. 50 x 50 x 50 cm, 스테인레스 스틸, 세라믹, 2000. (사진=영은미술관)
도흥록, ,Apple Garden’. 50 x 50 x 50 cm, 스테인레스 스틸, 세라믹, 2000. (사진=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은 기증 받은 도흥록의 주요 유작을 대중과 공유하며, 조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던 그의 진면목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도흥록 작가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판별 가능한 구상의 모습으로 바뀌어, 오히려 역(逆)으로 재현된 사물, 조각, 그리고 재료에 대해 의구심을 던진다. 즉, 일반적 인식에 놓인 대상을 다른 자리로 탈피시키는 변화의 과정을 촉발시킨다. 

“작업은 쥐어짜면 안돼요. 몸의 파장대로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내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다만 바깥을 통해 나를 보는 거지요. 내 안에 있는 것을 내가 물리적으로 나오게 할 순 없습니다.”(과거 인터뷰中) 바깥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분출되어 나온 그의 조각은 사색의 폭을 확장시키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도흥록은 작업의 핵심 재료로 사용한 스테인리스 스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해하고, 느끼고, 사람같이 느낄 때 그 재료는 당신의 마음 깊숙이 들어와 있을 때 당신을 위한 당신만의 재료로 당신의 작품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도흥록, “스텐레스 스틸에 관한 단상” 中) 작가가 재료의 물질성을 얼마나 깊이 있게 탐구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재료를 억지로 힘을 가해 다루지 않고 ‘천천히 구슬리며’ 다루었다. 

도흥록, 'Drawing for Metal' 설치모습.
도흥록, 'Drawing for Metal' 설치모습.

“금속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차갑고, 또 어떻게 보면 따뜻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무겁기도 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러운 놈들이지요. 툭 치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찬찬히 달래가며 구슬려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할 거야’하면 말을 안 듣지요.”(과거 인터뷰) 

작가 도흥록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물성을 명확히 이해하며 작업했을 뿐만 아니라, 재료를 통해 재현한 대상에 대해서도 숙고했다. 가령, 그의 ‘사과’ 작품은 흔한 과일로 여겨질 수 있는 사과라는 대상을 통해 자유로운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간에게 친숙한 과일은 많지만 그 중에서 작가가 ”형태적으로 과일의 이미지를 가장 완벽하게 느낀 것“은 사과였다. 도흥록에게 사과는 ”형태적 안정감과 강렬한 색깔, 껍질을 벗기면 산화되어 색깔이 변하는 시간성”이 담긴 대상이었다.(도흥록, “무중력의 미학”) 

그는 이 같은 사소하고 친근한 대상(사과, 퍼즐, 악기 등)에 대해, 대상의 외면과 내면, 시간의 흐름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성, 장소성을 총체적으로 고려 하면서 조각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이어간 작가이다. 

'영은미술관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전시 전경'.

이번 도흥록 ‘영원한 울림, 영은에 담다’는 작가가 끈질기게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모든 결정적 순간이 녹아 있는 전시이다.

영은미술관의 기획전을 통해 도흥록의 유작을 관람객들이 눈과 몸으로 경험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생성하는 울림의 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2019년 1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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