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 “죽음을 통해 숭고의 美 드러내” 3D 디지털회화 '대지'展
김두진, “죽음을 통해 숭고의 美 드러내” 3D 디지털회화 '대지'展
  • 왕진오
  • 승인 2017.10.31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전시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이 들어 울면서 작업을 했죠. 하루 12∼14시간을 작업하고, 한 장면을 위한 렌더링만 20일이 걸렸습니다."

10월 31일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김두진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10월 31일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김두진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디지털회화 작가 김두진(45)이 11월 2일부터 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갖는 '대지(EARTH)'전을 앞두고 밝힌 2년여 간의 속내다.

김 작가는 그동안 명화를 해골이미지로 패러디한 작품을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그가 인류가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욕망을 총망라하는 작업을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에 빗대어 완성한 높이 3미터 크기의 대형 작품을 포함 11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김두진, 'David'.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cm, 2017.(사진=리안갤러리)
김두진, 'David'.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cm, 2017.(사진=리안갤러리)

특히 이번 작품에는 사슴과 초식동물의 뼈를 3D 로 재현한 후 모델링한 것을 컴퓨터를 이용해 상상 그 이상의 죽음의 풍경을 펼쳐 놓았다.

작가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차용한 이유는 조각의 회화적 해석이라는 매체의 고유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외에도 원본의 도상학적 해석과는 별개의 맥락으로서 ‘전용’ 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대가의 작품은 서구 문명 전체를 통틀어 고착화된 미의식을 상기시키는 ‘이상적인 절대미의 전형’이자 욕망을 부르는 하나의 권력을 암시한다.

특히 작가가 이러한 이상적인 미를 사슴 뼈로 형상화한 이유는 ‘문명을 이루기 위해 자연에 가학적 야만성’에 대한 표상이자 미적 욕망에 대한 집착의 표현이다. 이를 통해 서구 문명에 전체에 대한 조소와 비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위함이다.

김 작가는 "인류 역사상 유명한 작가가 많지만, 그의 작품이 정치적으로 왕에 의해서 선택됐고, 보호된 것으로 생각했다. 마치 정치권력을 가진 서구 남성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작가라 작품에 끌어들이게 됐다"며 "채식동물이 가진 나약함, 미천함, 힘없음을 사슴의 뼈로 병치시켜 아름다움의 의미와 상반되게 만들어 봤다"고 설명한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 설치된 김두진 작가의 '대지'전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 설치된 김두진 작가의 '대지'전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이번 신작을 하기에 앞서 작가는 형태를 드러내지 않고 이미지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3차원의 형태를 가진 조각적 구조마저도 탈피하고 싶었고, 입체감을 와해시키며 전문가만을 위한 작업이 아닌, 일반인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변화를 주게 됐다고 전한다.

전시를 꾸린 성신영 리안갤러리 디렉터는 “김두진에게 죽음은 더 이상 종말이 아닐뿐더러 욕망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지 자체가 욕망의 상징체라는 설정을 했고, 전작에서 신고전주의 작품을 이용한데 반해서 신작에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죽음을 욕망과 대립이 와해되는 지점으로 선정하고, 해골과 같은 의미로서 뼈를 작품에 모티브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두진, 'Mose'.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cm,2017.(사진=리안갤러리)
김두진, 'Mose'.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cm,2017.(사진=리안갤러리)

이번 신작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인 미켈란젤로의 환조 조각인 '바쿠스(Bacchus)', '다잉 슬레이브(Dying Slave)'와 같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과 '다비드(David)', '피에타(Pieta)' 등의 기독교적 주제의 작품을 패러디한 디지털 회화로 재탄생됐다.

원본 대리석 조각을 깎아내고 다듬는 일련의 과정과는 반대로 3D 모델링 기법으로 형상화된 작은 사슴 뼈를 수없이 덧붙이는 방식으로 완성된 것으로, 진흙이나 점토 반죽을 수없이 덧입히는 부조나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형태를 구성하는 회화 기법을 디지털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