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수장가 간송의 삶과 문화재 한자리...'대한콜랙숀'展
조선 제일의 수장가 간송의 삶과 문화재 한자리...'대한콜랙숀'展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1.0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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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30살 젊은 나이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5년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하는 '청감상감운학문매병 (靑磁象嵌雲鶴文梅甁) ’을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 이치로에게서 거금 2만 원에 구입했다. 당시 2만 원은 현재 시세로 60억 원의 가치다.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사진=이예진 기자)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사진=이예진 기자)

전형필은 구름과 학으로 가득한 청자를 잡고 생각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한다. 불교의 나라 고려가 꿈꾸던 하늘은 이렇게도 청초한 옥색이었던 말인가."

짧고 좁은 목과 반구(盤口)형 구연부,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에서 굽까지 내려오는 유려한 S자 곡선을 지닌 전형적인 고려 매병이다. 지금은 국보 제68호로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요즈음 시세로 6천억 상당의 재산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으며 하늘이 내린 부를 소유한 청년이 왜 우리 민족의 얼이자, 혼인 문화재를 수장하며 조선 제일의 수장가로 우뚝서게 됐을까?

1930년 그의 스승인 위창 오세창이 간송에게 전한 말 때문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위창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그림, 글씨, 책, 도자기는 우리 민족의 혼이자 얼이라네"라고 했고, 전형필은 '민족의 혼이자 얼'이라는 말에 가슴에서 뜨거운 불길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294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사진=이예진 기자)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294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사진=이예진 기자)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우리 문화재 수호자로 알려진 간송 전형필이 국보와 보물을 구하기 위해 보냈던 긴박했던 시간 속 사건들과 민족사학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교육자로서 헌신한 그의 이야기를 수장품들과 함께 돌아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 주최로 2019년 1월 4일부터 3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을 개최한다.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사진=artinfo DB.)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사진=artinfo DB.)

전시는 2014년 성북동 보화각을 떠난 세상 속으로 나왔던 간송미술관 소장 대표 유물 중 기와집 400채 값을 주고 소장한 개츠비 컬렉션 중 국보 6점, 보물 8점 그리고 고려청자, 조선백자, 추사의 글씨를 볼 수 있다.

또한, 남모르게 도쿄에 가서 구해온 고려청자의 이야기와 친일파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한 겸재 정선의 화첩 그리고 경성에서 진행된 경매회에서 일본 대수장가와 불꽃튀는 경합을 통해 승리로 이끌어 지켜낸 참기름 병으로 사용됐던 조선백자의 궤적을 찾을 수 있다.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270호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사진=artinfo DB.)
DDP에 전시된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270호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사진=artinfo DB.)

이번 전시는 문화재가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던 간송 전형필의 유물들을 DDP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전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1928년에 지은 성북동 건물이 많은 분들이 오시기에 불편하다는 판단아래, 대중적 전시를 시작한지가 벌써 5년이 됐다"며 "올해 말쯤에 성북동 복원을 본격화해 6.25이전 간송이 사용하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사진=artinfo DB.)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사진=artinfo DB.)

'대한콜랙숀'전은 간송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일제에 대항해 모으고 지킨 우리의 국보, 보물, 유물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해 보성학교를 인수한 것 또한 포함한다.

특히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아 단지 모으고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유산과 그 곳에 깃든 정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로 전해지기를 바라던 간송의 마음까지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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