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뮤지엄,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대규모 기획전 개최
디뮤지엄,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대규모 기획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2.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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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아주 예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드로잉과 나의 수집품들이 내 전부라는 사실을." 전시에 참여한 작가 피에르 르탕의 말이다.

피에르 르탕, 'Mysterious Window'. 2019.(사진=D MUSEUM)
피에르 르탕, 'Mysterious Window'. 2019.(사진=D MUSEUM)

디지털화된 시각 이미지로 가득한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작가들이 손 끝으로 그려낸 일상 속 특별한 이야기와 눈과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섬세하고 미묘한 감성을 오롯이 전하는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것 없어'가 2월 14일부터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 16인'의 개성적인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등 350여 점의 작품을 시노그라피, 향, 사운드를 접목해 공간 기획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펼쳐보인다. 

디뮤지엄 첫번째 전시 공간에는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Drawingscape)’의 테마로 시작되는 주인공은 시원한 붓질로 작품 안의 내러티브와 그리는 순간의 심상과 선택을 흥미롭게 엮어내는 엄유정(34) 작가이다.

디뮤지엄에 설치된 엄유정 작가의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디 뮤지엄에 설치된 엄유정 작가의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그녀는 주변 환경에서 마주친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그려내고, 소재들은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설경’부터 자신에게 감흥을 준 인물들, 주변의 동식물, 빵과 같은 일상의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의 작업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거나 작가의 수필과 함께 출판의 형식을 띠기도 하며 독특한 굿즈나 다양한 책의 표지로도 사용된다. 이는 전시장 밖에서도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작가의 노력에서 기인한다. 

‘낯선 사물을 찾다(Mysterious Window)’ 피에르 르탕 (Pierre Le-Tan, 69)은 파리에서 활동하며 ‘십자 긋기(cross-stitch) 화법’으로 대상의 형태와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프랑스인 어머니와 베트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고 십대의 나이에 ‘뉴요커 The New Yorker’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했다.

디 뮤지엄 '그리는 것 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디 뮤지엄 '그리는 것 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르탕은 연필과 인디언 잉크, 오래된 과슈(gouache)만으로 단순하게 작업하는 것을 즐기며, 사물과 공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두고 주로 자신 앞에 있는 오브제나 사진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7~8세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적으로 예술작품과 사물들을 수집해 온 컬렉터로, 18세기 터키 카펫을 비롯해 중국 도자기, 일본 그림,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해왔다. 작가가 사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정연한 배치에 쏟는 노력과 정성을 보면 수집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낭만적인 계절을 걷다(Mellow Forest)’ 오아물 루 (Oamul Lu, 31)는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주로 자연적인 요소와 인물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따뜻한 그림을 그린다.

어린 시절 동생이 그린 세일러문을 보고, 본인 역시 좋아하거나 상상한 것을 표현해 보고자 매일 연습했다고 한다. 산속의 작은 마을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산세와 들의 지형, 자연의 미묘하고 다양한 색에 대한 감각을 키웠고 색과 형상만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을 탁월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디 뮤지엄' 그리는 것보다 멋진 것 없어' 전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디 뮤지엄' 그리는 것보다 멋진 것 없어' 전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디지털과 아날로그 페인팅을 혼합해 수많은 빛깔의 자연경관과 그 속에서 노닐거나 사유에 잠긴 인물들을 그린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듯한 휴식과 같은 기분을 전한다. 

한편, 주변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기초로 순수하고 매력적인 인물과 다양한 상징 속에 숨겨진 스토리를 그려내 구찌(Gucci)의 뮤즈가 된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화면에 순수함과 아름다움, 경쾌함과 유머를 담는 크리스텔 로데이아(Kristelle Rodeia)의 작품도 함께한다.

또, 지난 40여 년 동안 메탈을 소재로 한 아이코닉한 로봇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기계적 판타지를 표현해 온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 유년시절의 노스텔지어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사이키델릭한 디지털 페인팅으로 제시하는 람한, 자연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를 기반으로 실재와 상상을 결합한 세밀화를 그리는 케이티 스콧(Katie Scott).

자전적인 이야기와 소재의 단순성 이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본질적인 감동을 전하며 가구, 오브제, 패션, 드로잉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페이 투굿(Faye Toogood), ‘낙서폭탄 Doodlebomb’ 프로젝트로 장난스러운 캐릭터와 화려한 색상의 패턴이 특징인 낙서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해티 스튜어트(Hattie Stewart).

디 뮤지엄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설치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하지메 소라야마' 출품 작.(사진=이예진 기자)

‘그림서체 Pictograph Font’로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창조적인 순간들을 불러 일으키는 조규형, 분홍, 파랑, 보라와 같은 몽환적인 색채를 이용해 청춘 들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신모래, 검은색 잉크를 이용해 작가 자신과 주변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정제해 보여 주는 무나씨.

수공적인 화풍의 애니메이션으로 관계에 대한 서사를 나누는 김영준, 유스컬처의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를 담아낸 유머러스한 드로잉과 타이포그래피로 회화, 음악, 패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슈테판 마르크스 (Stefan Marx)를 비롯해 이야기를 느린 속도로 정교하게 담아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책으로 발표해 온 쥘리에트 비네(Juliette Binet)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개관 후 전시마다 특별한 공간 기획을 시도해 온 디뮤지엄은 이번 전시에서 익숙한 일상 속에서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창문, 정원, 응접실, 박물관 등 참여작가 16인의 작업 세계에 영감을 준 공간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두 층의 전시장에 안과 밖의 개별적 장소들을 연이어 펼쳐낸다. 

람 한, 'Glowing Bed'. 2019.(사진=D MUSEUM)
람한, 'Glowing Bed'. 2019.(사진=D MUSEUM)

또한 각 작가의 세계관을 보다 세심하게 연출하기 위해 ‘건축가 권경민’이 전시장을 설계하고, 씨오엠(COM)과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Craft Bro. Company)가 시노그라피(sce- nography)에 참여했다.

더불어 최재훈의 인트로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전시 공간에는 탬버린즈(tamburins)의 전문 조향사들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특별한 향(scent)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space oddity)가 선별한 아티스트의 사운드(sound)가 함께해 공감각적인 전시 관람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멋진 행위, ‘그리는 것’의 특별함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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