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통한 숲의 기억을 끄집어내"...윤종구 '숲속으로'展
"산책을 통한 숲의 기억을 끄집어내"...윤종구 '숲속으로'展
  • 왕진오
  • 승인 2017.11.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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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3년간 천 번 넘게 북한산을 오른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과 빛의 농도에 따라 숲이 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고, 그 풍광을 눈으로 담아온 후 잊지 않기 위해 내면에 기록된 저장소에서 끄집어내어 붓으로 펼쳐보이게 됐죠."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윤종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윤종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숲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곳에 자신이 들어가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감성에 매료된 작가 윤종구(동덕여대 회화과 교수)가 '숲'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를 10월 31일부터 서울 세종호텔 세종갤러리에 마련한다.

윤 작가의 숲의 모습은 겸재의 진경산수화처럼 현장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하얀 캔버스에 붓으로 차곡차곡 옮겨 놓은 과정의 결과물이다.

세종갤러리 윤종구 작가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세종갤러리 윤종구 작가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비가 내린 후, 바람이 부는 날, 안개 낀 새벽 등 다채로운 자연의 변화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 숲의 모습은 구체적인 형상을 띄지 않는다.

산책을 통해 눈과 마음에 저장된 모습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다. 윤 작가는 "매번 같은 곳을 가더라도 그날의 공기의 흐름과 제 자신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어느 순간에는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서 본연의 모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숲의 혼재적 양상 속에 감춰진 질서 체계에 흥미로움을 느겼습니다. 숲 속에서 생성과 성장, 그리고 쇠락의 과정, 생명들 간의 조화로움에 대해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고 표현했다.

세종갤러리 윤종구 작가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세종갤러리 윤종구 작가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에는 윤 작가의 붓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기억을 더듬으며 불안정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표현조차도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배어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제 그림에서 붓의 움직임은 풀어 놓는 것이죠. 다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작가가 산책을 마치 종교처럼 자신의 예술행위의 출발점으로 인식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걸을 때 손과 발끝의 촉각으로부터 몸의 모든 촉각들이 전적으로 작동하게 되고 사유는 보다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걷기라는 세계를 인식하는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방식이 윤종구 작가의 생각과 예술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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