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19 '빅터조' 작가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조각조각 19 '빅터조' 작가
  • 권도균
  • 승인 2019.04.1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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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강아지를 통해서 세상을 유쾌 통쾌하게 꼬집는 빅터조 작가의 블랙 코미디'

​익살의 아름다움은 한국의 회화, 조각, 공예,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흔히 느껴지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 익살스러운 표현은 민중적인 경향으로 표현된 조선시대의 도자기, 민화, 자수 등에서 더 자주 다루어졌고, 그런 경우에 그 효능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혜곡 최순우 전집)

'전시 작품과 함께한 빅터조 작가'.(사진=artinfo DB.)
'전시 작품과 함께한 빅터조 작가'.(사진=artinfo DB.)

최순우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 조상들에게는 풍류가 있었고, 익살과 해학을 즐겼다. 18세기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은 선비들을 풍자적으로 비꼰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풍자를 통한 해학미는 한국미술이 갖는 독특함이다. 군부독재 시절의 민중미술은 익살이라는 마법의 수프가 빠진 채, 직설적인 사회비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해학미가 결여된 것처럼 생각된다.

​급하게 성장한 한국 사회의 현실은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상상초월의 다양한 사건들이 매일매일 일어난다. 모든 물음은 저마다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라면, 대한민국의 사회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빅터조 작업의 출발점은 자신이 키우던 영국산 불테리어 품종의 강아지가 실제로 가출하면서, 잃어버린 강아지를 작품으로 제작하면서이다. 바우라는 강아지가 너무 그리워, 자유의 여신상, 모나리자, 고흐의 작품을 보아도 바우가 생각나서, 작가는 이러한 유명 조각품이나 명화를 바우의 이미지로 패러디한다. 기존의 유명 작품을 모방을 통해 재현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대학원은 테크닉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대학원 입학 후, 풍자를 통한 비판적 시각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현실 사회에 관한 자신의

빅터조, '3포로 가는 길'.(사진=artinfo DB.)
빅터조, '3포로 가는 길'.(사진=artinfo DB.)

비판적 사유를 강아지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만도 못한 것이 아니라, 개보다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개를 통해 희화하면서, 세태를 꼬집는다. 현실의 힘든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풍자와 비판으로 고바우 영감을 그렸던 김성환 화백의 시사만평처럼, 익살과 해학미를 담은 새로운 장르의 한국적이고 시사적인 조각 작품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빅터조 작품을 팝아트 조각 또는 캐릭터 조각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민화(民畵)처럼 민각(民刻), 또는 만평 조각이나 풍자 조각이라는 용어를 써보고 싶다. 

작가는 본명 대신 승리자라는 빅터에 성씨를 합한 빅터조라는 예명을 쓴다. 아마도 조각계에서 승리자가 되고 싶은 목표를 세웠나 보다. 작가는 평소에도 위트와 유머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전시에 절대로 관심 갖지 말아달라든지, 개판 돈으로 고기를 사 먹었다든지 말이다.

​작품이 주는 첫 느낌은 야릇한 미소를 유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3포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은 가수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이라는 노래 제목을 차용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풍자한다.

파란색 운동복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편의점을 들러 소주 한 병과 즉석식품을 담은 검은색 봉지를 들고 가는 가난한 젊은 세대를 묘사한 애틋한 작품이다.

​'크흑'이라는 작품에서는 복싱 경기에서 지고, 잔잔한 눈물을 흘리는 패자의 애환을 담았다. 갑과 을 작품은 불도그 경찰에 잡힌 힘없는 강아지를 통해서, 공권력을 마주하는 힘없는 약자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의 작품들은 스토리가 담긴 신문의 시사만평 한 컷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두 갈래의 갈림길과 마주한 듯 보인다. 카카오 프렌즈나 카우스 작품처럼 귀엽거나 재밌는 캐릭터 조각가로서 나아갈 것인지, 부조리한 세태를 낙서하듯이 풀어내는 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처럼,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 조각가로 나아갈 것인지 말이다.

'빅터조 작'.(사진=artinfo DB.)
'빅터조 작'.(사진=artinfo DB.)

강아지의 얼굴 색깔과 품종의 다변화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책과 신문 그리고 현실 속에서 소재를 발견하여 패러디 하기를 기대한다.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진행형인 작가가 책과 신문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비판하는 사고를 창의적인 작품으로 풀어내길 기대한다. 다음 전시에는 얼마나 기상천외하고 비판적인 작품들이 우리들에게 어떤 고민과 웃음을 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해석학적 통찰을 외면하지 말 것, 해석학적 미덕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희생하지 말 것, 역사적 맥락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울 것, 언제나 반대 의견들의 장점을 염두에 둘 것, 그러면서도 의지와 의식이 이끄는 삶을 위한 이성적 정향을 찾아내기 위해 철학의 소명에 충실하고, 다년생 식물처럼, 끈질기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체계적으로 답할 것이라고 말한 위르겐 하버마스의 멘트를 작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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