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환, 사유득리(思惟得理)...Contemplative Awakening
윤여환, 사유득리(思惟得理)...Contemplative Awakening
  • 김재현
  • 승인 2019.04.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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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사색의 여행, 묵시찬가, 사유문자, 사유하는 몸짓, 사유하는 갈대 등 '사유'를 화두로 작업하는 현대한국화의 대표작가 윤여환이 '사유득리'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선보인다.

'윤여환 작가'.(사진=artinfo DB.)
'윤여환 작가'.(사진=artinfo DB.)

'思惟得理' 연작은 하늘(절대자)의 메시지를 새를 통해 염소에게 전하여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콘셉이다. 염소와 새의 유기체적 관계는 하늘과 함께 상호 의존적 관계로 존재한다.

모든 존재와 현상이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그 관계가 깨어지면 모든 존재와 현상도 사라지게 된다. 조상의 얼굴 속에서 연기구조를 깨닫듯이 모든 생명체는 무한한 시간과 무변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관계 속에서 생명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작가로서의 윤여환을 뚜렷이 각인 시키는 것은 단연 염소로 상징되는 동물화일 것이다. 그의 작업이 동물화를 시발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표출되어진 다양한 조형 세계가 그만큼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의 작업이 단순히 동물화의 영역에 머물거나, 이를 통한 기능적 특장의 발휘에 그쳤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작가는 염소로 상징되는 조형세계의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삶의 체험과 그가 속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변화시켜 왔다. 

윤여환, '사유득리'. 91 x 73 cm, 장지채색.
윤여환, '사유득리'. 91 x 73 cm, 장지채색.

정치한 필치로 끊임없이 형상을 다듬고 생태를 반영하는 동물화에서 출발하여 단순한 대상으로서가 아닌 특정한 정신과 정서, 그리고 사유를 반영 해내는 또 다른 상징물로 치환 시키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걸쳐 일관되게 작용하고 있는 조형적 매개, 또는 상징으로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염소이다.

이 염소는 이미 육화(肉化) 된 대상으로 작가와 동일시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축되어진 염소의 상징성이 바로 작가의 작업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에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그의 작업 역정은 '묵시찬가'와 '사색의 여행', '사유문자', '사유하는 몸짓', '사유하는 갈대', '사유몽유'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객관에서 주관으로, 사실에서 관념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라고 개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여환, '思惟得理'. 46 x 38 cm , 면천채색.
윤여환, '思惟得理'. 46 x 38 cm , 면천채색.

'본연의 자아를 다시 찾는 작업의 여정'

그의 동물화 작업들이 일정한 정서와 서정에 바탕을 둔 소재 주의적 경향에서 출발했지만, 이에 점차 개인의 경험과 사유가 더해지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조형적 상징으로 그 가치와 위상이 전이된 것이다. 이는 육안(肉眼)에 의한 관찰과 표현에서 심안(心眼)에 의한 관조와 사유로의 변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여환 작가는 “버려둔 염소를 다시 찾는, 즉 본연의 자아를 다시 찾는 작업”으로 귀착되어 전개되게 된다. 사색이나, 사유를 전제로 한 여행이나 문자, 몸짓, 갈대로 표현되는 그의 작업 역정은 바로 '본연의 자아'를 찾기 위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모색과 추구의 과정을 기록함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에 이르면 화면 속의 염소는 더 이상 동물로서의 표현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유와 사색까지도 포괄하는 의미 있는 상징체인 셈이다. 작가가 바로 염소이며, 염소가 곧 작가라는 이러한 호접몽(胡蝶夢)식의 물화(物化)는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의 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현상이 지니고 있는 조건이나 상황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고 일체의 이해득실이나 세속적인 고려를 떠나 조용하고 침착하게 사물이나 현상을 관조함으로써 얻어지게 되는 지혜이다.

윤여환, '사유하는 갈대'.
윤여환, '사유하는 갈대'.

결국 개별적인 상과 개별적인 사물을 하나로 아우르는 유기체적 관계의 깨달음이 근원적인 자유를 찾게 되는 물화표현으로 귀결된다. 모든 사물은 조화와 공생의 순환계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물화의 동태적 형식으로 존재한다. 모순과 통일의 관계, 장자의 호접몽, 사유득리는 이러한 세계를 보여준다

윤여환은 현대 한국화에서 손꼽히는 대표작가 중 하나이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29세 약관의 나이에 창원대 교수가 된 후 5년 후에 충남대 회화과 교수로 옮긴 후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국전 4회 특선,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과 MBC미술대전을 비롯, 수많은 공모전의 심사위원,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동물화와 함께 유관순과 논개의 국가표준영정을 작업해 인물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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