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유연성을 드러낸 한만영의 ‘시간의 복제’
시각적 유연성을 드러낸 한만영의 ‘시간의 복제’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0.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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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존재 자체가 시간이 아닌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하늘의 색상을 오늘에까지 끌어들인 것 같죠."

1970년대부터 동서고금의 명화 이미지를 차용하고 현대적 이미지와 혼합해 조형적 실험을 전개해 온 서양화가 한만영(71)이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10월 12일부터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꾸렸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 작품과 함께한 한만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 작품과 함께한 한만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IMAGINE ACROSS'란 타이틀이 붙은 전시에는 청화백자와 거울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운 신작을 중심으로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만영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복제(Reproduction of time)'이란 제목의 시리즈를 통해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에게 소개됐다.

한 작가는 "군더더기 하나 없고 깔끔한 스타일의 작업을 추구한 것 같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하늘색은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간을 담은 색으로 하늘일 수도, 무한공간일 수도, 상상의 공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16세기 당시의 하늘이나 지금의 하늘은 그 의미가 같은 것 아닐까요"라고 설명했다.

사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화면을 완성한 작품에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유물에서부터 르네상스의 명작, 18-19세기 대가들의 유명작품, 고구려 고분벽화, 토우, 불상, 진경산수화, 풍속화, 인물화, 민화, 청화백자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미술품이 그 만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청화백자는 한 작가가 꾸준히 펼쳐온 '시간의 복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작업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만영, 'Reproduction of time-Rousseau'.  Mixed Media on Canvas, 193.9x130.3x4.2cm, 2016.
한만영, 'Reproduction of time-Rousseau'. Mixed Media on Canvas, 193.9x130.3x4.2cm, 2016.

조선시대 청화백자 작품들 중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삼성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명품들의 이미지를 선별해서 MDF 저부조로 제작한 후 청화백자 문양을 그린 후 캔버스에 부착한 방식으로 입체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만영 작가는 "조선청화백자의 하늘색을 본 순간 푸름에 대한 원초적인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뽑아낸 이미지를 작업에 사용했다"며 "과거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색상이 하늘의 색상, 즉 블루라는 개념이 유추된 것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에 사용된 거울을 화면 전면에 등장시킨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거 오브제를 캔버스에 붙인 틀 안에서 제작된 작품과는 달리 볼륨이 커진 작품들에 등장한 거울은 시각적 유연성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다.

"반사를 통해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거울에 반사된 관객도 작품의 하나가 되는 것 같죠. 바로 이것이 동양과 서양, 회화와 조각, 구상과 추상, 현실과 비현실이라는 조형적 태도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고 봅니다."

한만영, 'Reproduction of time-Magritte pond'. Mixed Media on Panel(Mirror), 193.9x130.3cm, 2017.
한만영, 'Reproduction of time-Magritte pond'. Mixed Media on Panel(Mirror), 193.9x130.3cm, 2017.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만영 작가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며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다.

기존 미술형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리는 적극성의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속시켜온 것이다.

한만영 작가는 "과거에 시대 조류를 따라 하지 않고, 내 작업을 표현하니 주변에서 잘 안쳐다 보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구상을 하면서도 추상적 개념을 작업에 넣었고, 조형언어를 구상 언어로 표현한 것 일 뿐이었다"며 "정체성과 실험정신이 맞물려, 표현양식이나 방법이라도 조금씩 변화시킨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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