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철주, '풍경을 통한 기억의 회복_신몽유도원도'
석철주, '풍경을 통한 기억의 회복_신몽유도원도'
  • 왕진오
  • 승인 2017.11.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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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화가 석철주(67)에 대한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그의 첫 인상에서 산이 떠오른다고 한다. '신몽유도원도'로 불리는 일련의 작품에서 익히 보아왔듯이 작가는 산을 즐겨 그려왔다. 흡사 꿈결 속에서 보았고 걸었던 산을 닮았다. 눈을 반쯤 감고 보았을 때처럼 흐릿한 산이 어른거린다. 어느 명화 속의 산 같기도 하고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산 같기도 하다"고 이야기 한다.

'석철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석철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모든 화가는 자연의 예찬자라고 하였던가,”세상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을 가장 잘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조지아 오키프)”란 말은 일상의 문구가 아닐 것이다.

화가 석철주가 식물을 줄기차게 소재로 삼는 것은 그가 생명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을 반증하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친 상처가 아물고 그 위에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살아있는 것들에는 생명이 깃 들어 있고 생명의 복귀성향이 있다"는 것을 환기 시키고자 한다.

석철주, '달항아리'.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61×73cm, 2008.
석철주, '달항아리'.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61×73cm, 2008.

화려하지 않아 사람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그 안에 우리 인생의 귀감으로 삼을만한 자연계의 이치가 숨어 있는 들풀과 들꽃을 자신의 작업에 옮겨 놓은 것도 이와 같은 연유가 아닐까 한다.

최근의 미술이 자극적이고 번뜩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자칫 낯선 이야기로 비치겠지만, 결론적으로 거품이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는 작가의 확신이 서려 있는듯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리는 것이 아닌 배어나온 이미지의 구현

작가의 그림을 꾸준히 바라본 사람들에게는 그의 그림에 뭔가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화면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석철주, '달항아리'.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30×130cm, 2008.
석철주, '달항아리'.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30×130cm, 2008.

그의 작업의 이미지는 물의 작용에 의해 하단부에서 배어나온 것이다. 초상화의 ‘배면수법’처럼 밑에서 배어 나온 것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시그네이처도 눈에 안 띄는 뒷면에 했으니 그려진 것이란 실상 아무것도 없다. 들풀과 꽃의 모양도 동일하다.

단단한 스퀴저나 대나무로 긁어 나왔지만 긁은 행위에 의해 형태가 나왔다기보다는 밑바탕의 색채를 드러내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스미고 번지고 우려내는 작업은 그가 우리 정서에 맞는 회화 작품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그리기를 자제하고 한지 위에 먹이 녹아 들고 퍼지는 것에 착안하여 이러한 작업 과정을 현대 회화에 접목한 것이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91×116.5cm, 2008.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91×116.5cm, 2008.

작가로서의 그가 가는 여정에 대한 일성 “ 수면 위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그 아래의 것이 튼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는 그의 면모를 짐작하게 하는 짧지만 강한 그의 의지를 엿보이게 한다.

그의 작업에 대해 작가가  모 미술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20,30대 초에 여행을 다녔을 때 느꼈던 산수의 느낌”을 표현했다고 했다. “독특한 나만의 기법으로 꿈,마음속의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고정된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죠.”

작가는 실경산수냐 관념산수냐 하는 해묵은 우열을 따지기 위해 그 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가 산을 그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산이 좋아서다. 숲으로 울창한 깊은 산길을 올라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촘촘히 서있는 나무 주위를 걷다가 잠시 나무 등에 기대어 있자면 우리는 어떤 감흥에 젖게 마련이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30×324cm,2008.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30×324cm,2008.

새 순이 꼼지락 꼼지락 솟아오르는 소리를 들을 수도, 또한 온갖 새들이 각종 소리로 오선지에다 부지런히 음표를 나르는 이채로운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뭇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을 싱그러운  아침 바람으로 날려 보내고, 그런가 하면 숲들은 하늘로 나 있는 창을 쳐다보며 밝은 햇살만을 숨죽여 기다린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나무속 물관을 타고 오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며, 그런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결국은 산의 비경을 탄생시킨다.

화가 석철주의 그림을 볼 때 마다 숲이 떠오르게 된다. 반드시 나무가 있는 숲이 아니어도 좋다. 구름으로 둘러싸인 산 정상, 비행기속에서 내다본 하늘풍경이라도 좋다.

비 내리는 호수의 풍경이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풍경을 통해 점점 더 희미 해져가는 우리의 체험을 환기시키고 복구 시키는 데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화가 석철주의 그림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 되어 진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15 ×194cm, 2008.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115 ×194cm, 2008.

작가 석철주 교수는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과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일본금산갤러리,학고재,인화랑,박영덕화랑,동산방외 16회의 개인전과 1979-81 중앙미술대전 3회 연속 특선,1990년 제9회 미술 기자상  1997년 제6회 한국미술 작가상 을 수상 했다.

2008년 상해아트페어,KIAF2008,베이징아트페어,홍콩아트페어등의 그룹 및 초대전을 통하여 작업 세계를 알려 오고 있다.현재,한국미술협회회원,동연회 명예회원,전 영은미술관 입주작가,전가나장흥입주작가와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성곡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호암미술관,국회의사당,삼성의료원,경기도미술관,두바이대사관 삼성리움미술관 등에 소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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