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전시장 가는길 2'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전시장 가는길 2'
  • 권도균
  • 승인 2017.12.0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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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캐릭터들과 사랑에 빠진 화가 박성환의 캐릭터 아트 이야기​'

SNS 시대에 전시 초대장이 카톡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성환이라는 여자 작가한테 카톡을 받았다. 신사동에 오실 일 있으면, 개인전 보러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아주 친한 작가가 아니라면, 예의상 전시 축하드리고요, 시간 나면 가보도록 할게요라는 답 문자를 보낸다.​

'아트스페이스 남케이 박소이(박성환)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아트스페이스 남케이 박소이(박성환)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그런데 꼭 연락 달라는 답 문자가 왔다. 꼭이라는 단어가 자꾸 신경 쓰여서, 결국 전시를 보러 갔다. 때 마침 저녁을 먹자는 전화를 한 기자를 꼬셔서 함께 전시장으로 향했다. 아트스페이스 남케이라는 이름이 살짝 낯선 갤러리였다.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먹자골목을 지나니 갤러리가 있는 건물이 나왔다.​

성신여대 출신 박 작가를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박 작가의 작품은 올 화랑 미술제에서 본 적이 있었다. 연하디연한 색으로 그려진 작품에서 핑크빛 사랑과 소녀스러움이 묻어난다. 전시 제목이 은하수를 뜻하는 영어 단어 밀키웨이다. 갑자기 1980년대 주윤발이 광고했던 사랑해요 밀키스 광고가 문뜩 떠올랐다.​

작품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아는 성신여대 교수님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작가의 석사 시절 지도교수였다고 한다. 교수님은 내가 전시를 보러 온 것이 의아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작품이 젊은 사람들 취향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순수 창작물이라고 한다. 아톰이나 태권브이를 차용해 유명해진 몇 몇 작가들의 기법이나 스타일과는 다른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일본에서 제작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와 오버랩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쓴 블로그 글에서 미래 예술의 한 축은 캐릭터 아트가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캐릭터 산업 자체가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 못지 않는 경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영국의 텔리 토비, 일본의 포켓몬스터, 한국의 뽀로로. 요즘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성환이라는 본명이 있는데, 스스로 지은 박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께서 아들을 원하셔서 남자 이름을 지은 것 같은데, 남동생이 있으세요? 결국 아들을 못나셨답니다. 아마도 남자 이름이 싫은 작가가 작품과 어울리는 예쁜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박성환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이미 구입한 분들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아트스페이스 남케이 박소이(박성환)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아트스페이스 남케이 박소이(박성환)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한참 동안 작품들을 보고 있다 보니, 만화 영화나 만화책 이미지와 스토리를 캔버스에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작가님, 지금도 만화 좋아하세요? 네, 만화 무척 좋아한답니다.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본지 한 참된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어릴 적 동심을 상실해가고 있는 나 자신에 슬퍼진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인이지만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을 좋아한다. 악동 같은 주인공 꼬마나 동물의 표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표정을 그린 선 몇 개가 일본 아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국 캐릭터들도 한국적이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담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 ​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적은 프린트물을 넌지시 건네준다. 영어로 된 작품 제목들을 보니, 백일몽, 달달한 연애, 연애의 균형, 사랑이 없다면 추워요, 사랑은 달아요. 현재 남자 친구가 없어서일까? 제목들이 연애나 사랑이 주제인 것 같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두 종류인 것 같다. 토끼와 고양이가 결합된 캐릭터나 올빼미와 고양이가 결합된 캐릭터다. 작가는 백일몽 속에서 캐릭터들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 듯하다.

캐릭터는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창조되는 것이다. 캐릭터 아트로 성공하려면, 캐릭터들이 대중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빈번하게 노출되어야 할 것이다.

작품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되었던 점은 연한 색감을 풍기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좀더 컬러플하고 진하게 표현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캐릭터 자체가 돋보이지 않고, 배경 그림에 묻혀서 보이기 때문이다.

순수 예술의 장르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라고 평가 절하될 수도 있는 캐릭터 아트를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작가의 인내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대의 예술은 고정된 관념이나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다. 작업에 더욱 정진해서 세계적인 캐릭터가 작가의 순수 예술 작품에서 발견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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