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 해학 넘치는 형상으로 삶을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김성복, 해학 넘치는 형상으로 삶을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 왕진오
  • 승인 2017.12.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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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조각가 김성복(53)은 모델을 세워 놓고 조각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꿈을 조각한다.

'조각가 김성복'.(사진=왕진오 기자)
'조각가 김성복'.(사진=왕진오 기자)

스스로에게 격려를 보내는 말처럼, 작가는 어려운 시기에 스스로에게 힘내라는 의미에서 앞으로 희망적인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주문을 걸 듯 작품을 완성해낸다.

그가 '돌 조각의 방법'전이란 타이틀로 2016년 8월 19일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미술관에 사람 모양과 친근한 동물 형상의 돌조각 20여점을 선보인다.

조각가 김성복은 일상의 무거움 앞에서 유쾌한 상상을 하고 욕구를 신화나 전래동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현실에 맞도록 형상화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호랑이, 해태 그리고 금강역사상 등은 원본이 있지만, 김 작가 자신이 독창적으로 재구성해낸 형상들이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FRP에채색, 620 × 250 × 500mm, 2009년.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FRP에채색, 620 × 250 × 500mm, 2009년.

모란미술관 전시에는 한국 석조각의 여러 가지 방법과 표현을 오채현 작가의 호랑이 표현과 김성복 작가가 드러내는 호랑이 표현의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간도 꾸려진다.

“한국의 도깨비는 해학적입니다. 남을 괴롭히기보다는 같이 노는 친근한 이미지죠. 부를 상징하는 도깨비 방망이도 상징적입니다. 돼지를 쌓아 부를 축적하는 것처럼 일상의 희망적인 내용을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화 속 동물인 해태나 용의 형상 등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신화 속 캐릭터는 그를 수호해주는 일종의 대리인이다.

김성복, '신화'. FRP에채색, 350 × 400 ×4 60mm, 2009.
김성복, '신화'. FRP에채색, 350 × 400 ×4 60mm, 2009.

“삶은 무겁고 진지하지만 가벼운 미학을 취하는 게 더 좋다”라는 입장을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무거운 재료를 가지고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그는 힘든 삶을 넘어설 수 있는 경쾌한 유머를 택한다. 해학적인 동물상이나 상상 속의 도깨비 방망이에서 영감을 얻는 이유다.

동물 모양의 조각에서 벗어나 최근 시리즈로 선보이는 '바람아 불어도 가야한다'는 신화와 일상의 만남이 조화롭게 구성된 작품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요 소재인 돌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조각가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그대로 담아낸다.

삶을 조각하는 작가로서 이제 어엿한 중견 조각가인 김성복은 젊은 작가들에게 “자기가 현재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스테인레스스틸, 4300×1700×2800mm, 2011.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스테인레스스틸, 4300×1700×2800mm, 2011.

최근 미술 장르에서 평면 그림보다는 덜 평가되는 편인 조각 분야를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당장에 돈이 안 되더라도 좋아하고 자신 있는 일을 하면 승산이 있다. 답을 찾으려 멀리 가지 말고 자신의 삶 속에서 소중한 자신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각가 김성복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태화강 국제 설치 미술제, 동아 국제 조각 심포지엄, 마니프, KIAF 등의 기획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2004년에 마니프 우수 작가상과 2008년 청작미술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교수와 동경예술대학교 조소과 석조전공 객원 연구원,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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