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영, '가치의 부재, 공간에 들여놓다'
변선영, '가치의 부재, 공간에 들여놓다'
  • 왕진오
  • 승인 2017.10.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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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화면 가득 익숙한 공간의 모습들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곳곳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형체들은 하얀 색으로 칠해져 있다.

'변선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변선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마치 완성이 안된 듯 한 그림을 보는 듯 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러한 표현은 기존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다르게 보려는 작가 변선영이 
관점의 변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시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질서가 아닌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 것인지에 대한 비생산적인 작업이 무의미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기 위해 2011년 4월6일부터 5월22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자신의 기억 속에 놓였다 사라진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가치 중립적 부재’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중심과 주변이라고 하는 삶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집안 가득 그려진 그림을 통해 사물을 재발견한다. 화면에 가득한 집기들은 동서양의 고전들을 차용했다.

변선영, 'The house in the painting in the house'. 75ⅹ30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2008.
변선영, 'The house in the painting in the house'. 75ⅹ30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2008.

서양화, 키치그림과 기하학적 벽지문양, 전단지와 팝아트 그림이 실린 달력, 레이스와 미니멀한 소파 천의 스프라이트 무늬, 전통 민화 등이 한자리에 놓였다.

실제 삶의 공간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테이블 보 등 다양한 문양과 패턴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러한 문양들은 가구들보다 더 부각되어 보여진다. 이를 통해 우리 삶에 서 가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하는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변 작가는 “내가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정물들을 보고 그리는 것에 집중했었다. 벽지,테이블에 깔려 있는 레이스 테이블 보, 또 정물 너머 뒤 배경에 걸려 있는 그림들, 다시 말해 정물을 제외한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은 그저 내겐 중요치 않은 ‘배경’ 정조에 불가했다”고 설명했다.

변선영, 'The house in the painting in the house'. 61ⅹ61cm, Acrylic on canvas, 2009.
변선영, 'The house in the painting in the house'. 61ⅹ61cm, Acrylic on canvas, 2009.

만 5년 여 만에 국내에서 전시를 갖는 작가는 해외 생활 중에 그들과의 상충되는 문화에 대한 감성을 넘나드는 것이 필요하게 되어 다양성과 접근의 편의성으로 지금의 작업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는 이미지의 초점만을 부각 시킨다. 하나의 집안 풍경 속에서도 집안의 공간들은 상상의 공간처럼 보이지만 일상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붓이 아닌 펜촉에 물감을 묻혀서 화면을 메우고 있다. 커다란 붓으로 규정된 시간 안에 완성시키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족을 하기위해 촘촘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변 작가는 “시각적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작업 역시 잘 조화된 시각적 요소들로 색채, 구도,패턴 등 잘 길들여진 조형 요소들 구성된 그림이라고 쉽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의도 되어진 모순적 가치의 사물과 이미지들이 혼재된 상황인 것을 느끼며 각각의 가치의 정체성을 저 버린 채 보기 좋게 나열되지만 수동적 존재들의 조합들임을”강조한다.

변선영, 'Lost Identity of Value'. 120ⅹ120cm, Acrylic on canvas, 2009.
변선영, 'Lost Identity of Value'. 120ⅹ120cm, Acrylic on canvas, 2009.

작가는 너무나도 철저히 객관적인 관점으로 사물을 늘어 놈으로서 관객들의 시점을 분산 시키다가도 그의 무서운 디테일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시킨다. 이러한 분산과 집중을 반복하는 동안 관객들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그의 공간 속을 하염없이 거닐게 된다.

변선영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 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품은 삼성의료원,MONBLANC COLLETION,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한국민속촌,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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