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국립현대미술관 2018 라인업, "뷔페처럼 너무 많이 차린 밥상, 구성은 글쎄?"
[화랑가] 국립현대미술관 2018 라인업, "뷔페처럼 너무 많이 차린 밥상, 구성은 글쎄?"
  • 왕진오
  • 승인 2018.0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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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시 라인업에 직접 큐레이팅까지 참여, 연임 위한 무리수 지적도 제기돼◆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가 직접 기획했다는 전시 '앤디 워홀:그림자들' 전이 무산된 이후 절치부심한 것일까?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사진=왕진오 기자)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사진=왕진오 기자)

1월 10일 국립현대미술관은 2018년 진행할 총 24개의 전시 라인업을 발표했다. 특히 기획의 완성도, 전문성, 역사적 깊이에 집중하고 품질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배경 설명을 했다.

한 해 동안 펼쳐질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한국 중견 거장, 아시아집중 프로젝트, 소장품 연구기반, 장소특정 프로젝트, 해외미술 거장전과 해외투어 기획전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을 연결하는 것을 콘셉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내세운 올해 전시로는 과천관의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 '이성자:지구 반대편을 가는 길', '박이소: 기록과 기억', '문명: 우리가 사는 방법', '김중업', '야외조각프로젝트: 제니 홀저', '문화변동과 아시아 현대미술-1960’s~1990’s',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 '소장품특별전 균열II'가 준비된다.

덕수궁 관에서는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환기 궁중회화'가 꾸려지며, 서울관에서는 '2018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18 아시아 기획전<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아크람 자타리', 'E. A. T.:예술과 과학기술의 실험', '윤형근', '올해의 작가상 2018',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8', '하룬 파로키', '마르셀 뒤샹' 전 등 총 24개의 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2018년 진행될 전시 중에는 마리 관장이 직접 큐레이팅을 한 전시 '문명: 우리가 사는 방법' 사진전과 10년 전 작품 구입 문제로 취소된 '마르셀 뒤샹'전 그리고 마리 관장이 전 근무지였던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레바논 출신 사진가 아크람 자타리 전은 올해 마지막 임기를 수행하는 마리 관장이 연임을 대비한 전략적 전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월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2018 전시 라인업 발표장의 마리 관장'.(사진=왕진오 기자)
'1월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2018 전시 라인업 발표장의 마리 관장'.(사진=왕진오 기자)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는 끝까지 이어가고 마무리 하고 싶다."

2018년 전시 라인업 발표 현장에서 마리 관장은 "내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해이다. 3년이란 기간은 미술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짧은 기간이다. 장기적으로 기획운영하고 싶다"며 "취임 당시 한국 작가와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문명'전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전시인 '문명'전은 협의 단계부터 구현하는데 2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장기 플랜에 익숙하지 않아서 낯선 반응이 나왔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진 장르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근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내가 사는 현시대에서는 죽은 것이지만, 변화된 인식과 트렌드의 전환기에 있어서는 사진이란 매체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기획하고 참여한 전시 중 가장 역동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에 나온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사진=왕진오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에 나온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사진=왕진오기자)

블록버스터 급 전시인 '마르셀 뒤샹'전은 지난 2008년 서거 4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2005년 구입한 뒤샹의 '여행용 가방' 구입절차와 가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취소됐었다.

당시에도 미술관은 해외 미술관의 협조를 얻어 진행을 계획했었다. 올해 열릴 예정인 '마르셀 뒤샹'전은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샘물', '레디메이드' 와 그의 작품 110점으로 구성된다.

순회 전으로 진행되는 전시는 도쿄국립박물관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립미술관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마리 관장은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품은 그가 직접 기증한 것으로 구성이 완벽에 가깝다. 한국에서 전시는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는 한국적 맥락에서 큐레이팅을 할 것이다. 이후 순회전은 필라델피아미술관과 현지 미술관의 기획이 우선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은 참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한 전시들은 마치 뷔페를 차려놓은 듯 화려하게 보인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한국미술사 재정립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연임을 노리는 외국인 미술관장의 의욕이 넘친 계획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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