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른 사진, 포장지 엮어 입체적 사진 만들었죠" 정재규 '조형사진, 일어서는 빛'展
"자른 사진, 포장지 엮어 입체적 사진 만들었죠" 정재규 '조형사진, 일어서는 빛'展
  • 왕진오
  • 승인 2018.02.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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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찰리 채플린, 피카소, 폴 세잔, 만 레이, 마르셀 뒤샹의 샘(변기) 등 익숙한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를 자르고 엮어 새로운 입체적인 조형 이미지로 탄생한 작품들이 전시장에 걸린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팔대산인'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정재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팔대산인'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정재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재불 조형사진 작가 정재규(69)가 포장지와 사진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들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2월 2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조형사진-일어서는 빛'전을 통해서다.

정재규 작가는 "정보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을 나는 기계적 이미지에 또 다른 대화를 가능케 하는 지적 이미지를 결합하는 '올짜기' 기법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모든 물건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뒤샹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한 '올짜기' 기법은 사진을 자르고 엮어 입체감을 준 그 만의 독특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24년 전인 1994년 경주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머리가 없는 불상들 50여구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접하면서, 참혹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조화롭고 완전한 조형미를 갖춘 불상들을 또 다르게 볼 수 있는 한 방식 혹은 또 다른 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한국의 고건축이자 조형물인 경주 불국사의 극락전, 대웅전, 석가탑, 다보탑, 돌사자상 등 을 찍은 사진들을 자르고 재배열해 추상적이고 구성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샘'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샘'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사진을 찍고 인화한 이미지들을 자르고 조합하는 행위는 화면 속 정해진 시공간의 이미지뿐만 아닌,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역사적 사건이 개입된 '시간의 올짜기'라고 할 수 있다.

정 작가는 "사진에서 벗어난 사진, 조형사진이란 새로운 장르로서 회화 미술을 지각적 언어, 즉 시각적 언어로 접해보자는 콘셉이다. 회화는 작가의 상상적인 두뇌작업에 의해 직접 캔버스에 옮기는데, 사진은 이미 익숙하게 보인 이미지를 갖고 역으로 회화가 지향한 지각적 체험을 해야 하기에 또 다른 방식의 표현 기법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정재규 작가의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유사성 관계가 아닌, 한시적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쇄된 것을 뒤샹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재활용 개념을 적용해서 관점을 달리하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기계적 이미지들의 극단적 이용 및 실리주의와는 대칭되는 미학적이며 지각적인 사진의 위상을 찾고, 조형사진을 통해 인간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작가 정재규의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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