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자에 오브제로서 존재론적 가치 부여한 김승주'온 더 라인'展
줄자에 오브제로서 존재론적 가치 부여한 김승주'온 더 라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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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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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걸리버여행기에 나올만한 대형 줄자가 전시장 공간 한편을 차지하고 거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김승주, 'On the line'. Steel, powder coating, aluminium, 215×201×114cm, 2018.(사진=리안갤러리)
김승주, 'On the line'. Steel, powder coating, aluminium, 215×201×114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이 대형 작업은 설치작가 김승주(44)가 3월 16일부터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진행하는 '온 더 라인(On the Line)'전에 펼쳐 놓은 대표작품의 모습이다.

작가는 '자'가 가진 엄격한 직선, 그리고 눈금 표시와 같이 자 그 자체가 가진 독특한 조형성에 주목해 정확한 길이를 측정하거나 정밀한 직선을 긋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이 아닌, 형상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서의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눈금 기호는 일종의 문양으로서 기능하며, 직선의 자 형태는 비논리적으로 확대되거나 뒤틀린 곡선으로 표현되어 자가 설치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맥락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김승주, 'On the Line'. 2018.(사진=리안갤러리)
김승주, 'On the Line'. 2018.(사진=리안갤러리)

엄격한 직선을 고수했던 작가는 2015년 개인전에서 처음 도입한 곡선의 형태가 소극적 실험에 그쳤던 데 반해, 이번 전시에는 선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 형태의 곡선과 그 곡선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갖가지 입체 조형성의 가능성 탐구를 더욱 확장했다.

전시 제목과 동일한 '온 더 라인' 시리즈는 세 점의 압도적 크기의 대작으로 전시장 공간 중간의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비교적 소형으로 제작된 두 점은 벽 설치작품이다. 또 다른 벽 설치작품으로는 두 점의 평면 작업과 세 점의 입체 부조처럼 보이는 '라인(Line)'시리즈가 있다.

김 작가는 비계획적이고 비정형화된 우연성을 통해 생성되는 곡선에서 마치 우연적 필획을 통해 드러나는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평면 드로잉과 같은 회화적 느낌을 3차원의 공간 안에서 펼쳐 보이려 했다.

김승주, 'Line'. Aluminium, powder coating, aluminum sheet, 120x90x15cm,2018.(사진=리안갤러리)
김승주, 'Line'. Aluminium, powder coating, aluminum sheet, 120x90x15cm,2018.(사진=리안갤러리)

작가가 만들어 낸 우연적 곡선의 다양한 형태는 그녀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무한한 에너지가 직관적으로 표출된 것처럼 보인다.

김승주의 설치작품은 2차원의 선과 3차원 공간과의 상호적 연관관계를 보여 주기도 한다. 공간의 중간에 설치된 '온 더 라인' 시리즈는 이러한 공간에 내재하는 잠재적 형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관람객들은 비가시적이었던 잠재적 선의 실현 가능한 궤적과 움직임의 가능성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김승주, 'Line'. 2018.(사진=리안갤러리)
김승주, 'Line'. 2018.(사진=리안갤러리)

김승주가 제시하는 다양한 우연적 곡선의 역동성, 시각적 리듬과 운율이 펼쳐지는 경험의 장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측정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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